플로리다 여행기 (1)
백수로서 시간도 많은 김에(?) 중고등학교 때 친구가 사는 플로리다로 며칠 여행을 가기로 했다. 결혼식 이후로 처음 보는 거라 못 본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결혼 후 남편과 처음으로 하루 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 친구와 하고 싶은 게 많아 보따리 장사꾼처럼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간다. 사실 어딜 가나 만나서 놀 때에 할 것이 다 거기서 거기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얘기하고. 물론 그것만 해도 충분히 재밌지만 조금 더 다채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서치를 좀 해봤다. 유치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 평소에도 조물딱 거리기를 좋아하기에 친구와 함께 할만한 craft 할 것들을 찾아봤다. 그렇게 소소하게 준비한 물건들을 나열해 본다!
먼저, 작은 유리병을 챙겨 가는데, 친구가 바닷가 주변에 거주하기 때문에 같이 해안가로 놀러 가 우리만의 작은 바다를 담아 오기 위해 준비했다. 김밥을 싸서 피크닉을 나가기로 했는데 과연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는 찰흙인데 공기 중에 마르는 걸로 사다가 같이 액세서리 보관용 그릇을 만드려고 한다! 찰흙으로 모양을 만든 후, 말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칠을 한 다음 바니쉬를 만들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찰흙을 통째로 사가지고 갔는데 공항 검색대에서 걸렸다. 다행히 새거라 열어보시고는 가져갈 수 있다고 해주셨다.
다음으로는 작은 나무 상자를 준비했다. 타임캡슐을 만들 생각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번에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의 조각들을 모아 편지와 함께 묻을 생각이다. 워낙 서정적인 아이라 좋아할 것 같았다. 같이 편지지도 고르고 나무상자를 꾸밀 거리도 사러 갈 생각이다.
몇 년 전 같이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자며 진주를 산 적이 있는데 내 쪽으로 배송을 시켜놓고는 건든 적도 없다. 어떻게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져간다. 유리병에 넣으면 예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필름 카메라와 앨범이다! 앨범도 마침 플라밍고가 그려져 있는 휴양지 느낌이길래 잘 됐다 싶었다.
이 외에도 같이 직접 저녁을 만들어 먹으면서 로맨스코미디 영화 보기, 한 명은 눈을 가리고 다른 사람은 손을 쓰지 않고 베이킹해보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구상해 두었다.
너무 착한 나의 친구는 나의 결혼식 때 maid of honor (메인 들러리 느낌이다)를 할 만큼 나와 각별하지만 그에 비해 사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다. 알고 지낸 지는 9년 차인데, 고등학교 막바지에 정말 갑자기 친해지고는 졸업하며 금방 헤어졌다. 그 뒤 꾸준히 연락을 하며 (한번 통화하면 여섯 시간 까지도…! 한다.) 지냈지만 항상 떨어져 지냈기에 이번 여행은 의미가 깊다.
친구도 이 시간을 완벽하게 보내고 싶어 부담이 큰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만나 추억을 쌓아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기를. 다음 주에 후기를 전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