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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리 Aug 18. 2024

24살 먹고 친구랑 이러고 놀지!

플로리다 여행기 (2)

자꾸만 연착되는 비행기 탓에 플로리다에 일요일 새벽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에 데리러 와준 친구가 고맙고 미안했다.


친구네 할머니 댁으로 가 급히 짐을 정리하고 잠울 청했다. 다음 날, 친구와 함께 일찌감치 일어나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했다. 친구는 못 본 새 커피 중독자가 되어있었다. 친구의 가족과 인사하고 다 같이 교회를 다녀왔다. 친구네는 자식만 여섯에, 할머니와 고모네까지 만나게 되어 대가족 그 자체였다. 왜인지 여자친구 가족에게 인사하러 가는 남자친구 기분이었다. (ㅋㅋㅋ)


점심을 먹고 준비해 갔던 액세서리 보관용 접시를 만들었다. 유치원생이 된 것 마냥 열심히 찰흙놀이를 했다. 만들고 굳히고, 채색하고 말리고, 바니쉬까지 바르느라 며칠 걸렸지만 나름 뿌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잠에 드는 곰돌이의 형태로 인터넷에서 보고 따라 만들었다.


접시를 만들고 친구의 대학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룸메이트 세명과 같이 사는 집도 구경 갔다. 친구가 지내는 방은 생각보다 작았고, 그녀의 성격을 드러내듯 손수 쓴 글귀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내가 써준 편지도 함께 걸려있었다.


근처에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을 갔다. 친구의 오빠도 처음 만났다. 한식당이었다. 순두부찌개와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남이 해주는 한식이라 너무 맛있었다.


월요일에는 점신을 먹고 바로 해안가 근처 도시인 Tampa로 향했다. 친구 언니가 해안가 근처에 살고 있어 하룻밤 얹혀 지내기로 했다. 꽤 거리가 됐기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시켜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보며 먹었다. <My Big Fat Greek Wedding>의 로맨스보단 코미디가 더 강한 영화였다. 친구는 아주 오래전에 한번 봤었지만 나는 처음 보는 영화라 재밌게 봤다. 같이 팩도 하고 손톱까지 붙이며 알차게 밤을 보냈다.


화요일에는 새벽에 일어나 같이 집 앞 바닷가에서 동트는 것을 보았다. 친구가 좋아하는 아카이 (Açaí)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보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집으로 돌아와 영화를 또 보았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는 영화였는데 슬픈 걸 잘 못 보는 친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언젠가 한 번쯤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친구가 추천하는 Cali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Anna Maria라는 섬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비가 오길래 걱정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날씨가 너무 좋아 감사했다. 바닷물도 맑고 온도도 적당했다. 먼저 남편 줄 기념품을 하나 챙기고 신나게 수영을 한참 했다. 원래는 굳이 수영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무더위에 눈앞에 푸른 바다를 보자 고민할 것도 없었다.


수영 후 나와서 주변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길래 자리를 펼쳤다. 준비해 온 온갖 미술 용품들을 꺼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을 조물딱 거리며 놀았다. 우리는 몸만 자랐지 머리는 조금도 자라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부모님께 여행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너무 건전하게 노는 것 아니며 놀림받았다. 그래도 반응이 좋았던 것이 지나가는 사람마다 칭찬해 주었다. 어떤 분은 작가냐며, 파는 거냐고 물어보셨다!

바닷가에서 만든 작품들!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길래 싸 가지고 온 저녁까지 알차게 챙겨 먹은 후 다시 바닷가로 나섰다. 같이 노을 지는 것을 바라보고 달이 뜰 때까지 수영했다. 오랜만에 하는 바다 수영이 참 즐거웠다. 다시 할머니 댁으로 돌아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벌써 내일이면 돌아갈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 친구와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같이 보낸 짧은 기간 동안 시간을 조각내어 상자 안에 담았다. 서로에게 편지도 썼다. 우리가 서른이 되는 7년 후에 열어보기로 했다.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많지 않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함께한 시간으로 채운 타임캡슐.


모든 시간을 끝까지 꽉 꽉 채우기로 했기 때문에 떠나기 직전까지 우리는 베이킹을 했다! 내가 눈을 가리고 친구가 레시피를 알려주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커피 케이크를 구웠다.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 잘 구워져서 뿌듯했다. 친구의 할머니의 특별 레시피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30분 제한 시간에 11초를 남기고 성공했다!

생각보다 잘 구워져서 놀랐다!


마지막 만찬(?)으로 초밥을 먹고 우리는 공항으로 나섰다. 정이 많아 유난히 더 속상해하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안 좋았지만, 다음번을 기약하기로 했다. 조금 더 선선할 내년 12월 즈음에 와서 이번에는 디즈니월드에 가보기로, 이번에 못 해본 거 다 해보기로 약속했다.


고마운 내 친구. 이번 여행에도 너무 잘 챙겨주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어서 고마웠어. 내년에 또 보자! 우리의 엄청나게 긴 버킷리스트 다 실현해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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