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만들기 (2) : 실패
저번 주 치즈 케이크에 이어 자신 만만해진 나는 블루베리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남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남편이 좋아하는 베리류 케이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먼저 레시피 선택부터 잘못되었다. 레시피를 따라 계량하는데 아무리 봐도 단위가 이상했다. 보통 크기의 케이크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될 것 같은 반죽 양이었다. 내가 임의로 더 넣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커다란 치즈 케이크 (전편 참조)가 있었던 탓에 이것대로 잘 됐다며 미니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더 번거로운 일이었다. 미니 틀에서는 제대로 구워지지도 않고 속까지 익지를 않아 고생했다. 몇 번을 굽다 보니 케이크도 맛이 없어졌다.
두 번째는 생크림이었는데 전동 거품기로 아무리 치대도 허여멀건 하니 생크림이 제대로 생기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그냥 돌아가도록 놓고 잠시 딴짓을 하니 이번에는 알맹이가 뭉치고 있었다. 대실패! 몇 번을 다시 만들어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내가 꿈꾸던 퐁실한 생크림은 볼 수 없었다. 케이크 옆면에 아무리 생크림을 발라도 후드득 떨어져 애를 먹었다.
이미 다시 만들거나 케이크를 사기에는 늦어버렸기에 그냥 내놓기로 했다.
생일을 크게 챙기지는 않지만 즐거운 생일을 보내기 위해 생일파티 주제를 남편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로 정했다. 한 다섯 살 난 어린아이의 생일 파티 분위기를 내고 싶어 피자도 시키고, 친구들도 부르고 여기저기 게임 캐릭터 사진을 붙여놓았다. 심지어 케이크에도 게임 캐릭터를 꽂았다. 웃겼다. 케이크는 망했지만, 그래도 느낌 아니까~ 남편은 그 와중에 내가 안쓰러웠는지 조금 뻑뻑하지만 맛있다며 다 먹었다. 미안, 다음번에는 제대로 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