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김장 홀로서기
정말 생각이 없었는데 월마트에 놓인 배추가 웬일인지 알도 실하고 신선했다. 배추를 두 포기 집어 들어 계산대로 향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에 산지 벌써 4년 차이지만, 아직까지 김치를 담가본 적은 없었다. 김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없어도 살 수 있는 정도인 데다 급하면 어렵지 않게 사 먹을 수 있기에 굳이 만들어 먹을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집에 사들고 와서도 이틀 가량 귀찮음에 무력화되어 냉장고에 두었다.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보이는 배추 두 포기에 결국 김치를 담그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막상 만드려고 보니 재료가 마땅치 않았다. 굵은소금도 없고 하필이면 액젓도 똑 떨어진 것이다. 어차피 시도나 한 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이었기에 없으면 없는 대로 담가보기로 했다. 전통적인 김치는 무리이니 초 간단으로 겉절이를 담갔다.
먼저 배추를 깨끗이 씻어 썰고 일반 소금에 한두 시간가량 절였다. 그 후에 채 썬 양파를 넣고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매실청, 그리고 조금 남은 액젓을 싹 싹 긁어모아 넣었다. 잘 버무리고 하루 이상 냉장 보관을 하였다.
다음 날 긴장되는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보니, 나쁘지 않은 결과물과 마주했다. 처음 시도한 것 치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꽤 먹을만했다. 나보다도 더 김치를 좋아하는 남편도 좋아라 했다.
물론, 많은 것들이 생략된 김치 겉절이긴 하지만, 김치 맛이라도 나면 되는 거니까. 나름 먹을만하니, 작은 통에 조금 옮겨 담아 주변에 사는 한국 동생들에게 다음 날 전해 주었다. 하루 만에 다 먹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제대로 하려면 끝도 없겠지만, 약식으로 하니 생각보다 엄청 쉽길래 이렇게 좋아하는데 좀 더 자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앞서 나간 수많은 어머니들의 발자취를 한 걸음씩 따라나서가고 있는 것 같다. 기분이 묘하다. 나도 곧 어른이 될 수만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