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브리 Sep 22. 2024

1박 2일! 난 먹으려고 여행 간다

댈러스 여행기 (1)

몸이 근질근질하니 주말에 훌쩍 떠나기로 했다. 멀리 갈 여유까지는 없으니 만만한 댈러스로 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미뤄두었던 일도 처리하기 위해 한국 영사관에도 들리기로 했다.


가는 길이 웬일인지 뻥 뚫려있어 기분이 좋았다.


댈러스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 달라스에 도착하자마자 에티오피아 음식점에 들렸다. 3년 전에 들리고 처음이다. 시골에 사는 우리는 큰 도시에 나갔다만 하면 에티오피아 음식점에 꼭 들린다. 지난 몇 년간 시카고, 세인트 루이스, 캔자스 시티, 시애틀, 등 미국 곳곳에 있는 에티오피안 음식점에 들렸었다. 그러나 여태껏 우리의 1등은 댈러스다. 자라온 환경이 탓인지 남편과 나는 한번씩 이게 그렇게 먹고 싶어 견딜 수 없다. 특히 ‘도로왓’이라는 요리는 나와 남편의 최애다.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운지 제대로 만드는 음식점을 찾기가 어렵다. 아예 안 파는 곳도 종종 있어 더 기대됐다.


에티오피안 음식! 중간에 있는 요리가 ‘도로왓’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한인 마트에 들르려는데 시간이 조금 애매하게 남았다. 뭘 할까 하다가 근처에 타일을 보러 가기로 했다. 뜬금없지만 안방 화장실 벽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 고민하다 도달한 결론이 화장실 벽에 타일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내가 눈여겨보던 타일이 주변 상점에 입고가 되어있길래 바로 출발했다. 사실 온라인으로 배송을 시키는데 더 쉽고 빠르겠지만, 타일 색이나 크기를 실물로 보고 싶었다. 웹사이트에 나온 색이 취향이라 사고 싶었던 건데 막상 실물로 보면 다를 수도 있으니까. 타일은 다행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배송을 시킬까 고민하다가 여기 까지 온 김에 그냥 사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국 타일 두 박스나 짊어지고 나왔다.


대망의 한인 마트. 한인 마트를 두 군데나 들렸다. 한 곳은 그 유명한 H 마트이고, 다른 곳은 시온 마트였다. H 마트가 아무래도 좀 더 크고 사람도 더 많았는데, 남편과 나는 시온 마트가 덜 부담스럽고 좋았다. 이러나저러나 한인 마트에 가니 당연한 얘기지만 한인 분들 많이 계셨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한인 분들이 거의 안계시기 때문에 괜히 반가웠다.


우리 사는 곳에도 아시안 마트가 있지만 한인 마트에서 밖에 못 구하는 물품도 있고, 같은 물건이라도 살짝 깎아서 팔길래 욕심을 좀 부리게 되었다. 트렁크를 채울 만큼 넉넉히 음식을 샀다. 괜히 뿌듯한 기분은 왤까?


주변 한인 타운을 돌다가 저녁시간이 되어 요새 유행이라는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나는 세 번째 먹어보는 것인데, 남편은 처음이었다. 나도 썩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종업원 분이 바쁘신 와중에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성공적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꿔바로우까지 시키니 가격이 좀 부담되었지만, 양도 넉넉하게 나오고 맛도 있었다. 매운맛이 총 4단계 까지 있는데, 남편과 나는 2단계를 시켜 먹었다. 많이 맵지도 않고 적당했다. 향신료가 꽤 강해서 남편이 좋아할까 살짝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잘 먹어줘서 고마웠다.


맛있게 먹은 마라탕과 꿔바로우!


음식을 너무 많이 담았는지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를 않아 결국 포장해서 호텔로 들고 왔다. 에어컨이 켜지지 않아 방을 옮겨야 했던 것 말고는 깔끔한 방이었다. 씻고 침대에 누우니 몸이 녹는 것만 같았다.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실상은 먹거리로 가득 찬 하루였다. 내 마음도, 배도 꽉 찬 하루였다.


댈러스 여행기는 다음화에 계속된다!



이전 09화 손의 언어, 수화를 배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