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봄비를 담은 타일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화장실 타일에 꽂혔다. 이거다, 싶었다. 머릿속으로 꼼꼼히 구상을 했다. 이 타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푸른 정사각형에 깔끔하지만 너무 흔하지는 않은 타일. 색 이름도 “Rain”인 게 완벽했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색을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마침 달라스에서 팔길래 여행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마트에 들어서니 각양각색의 타일들이 끝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참을 돌아보다가 겨우 겨우 내가 찜해 둔 타일을 발견했다. 개수를 딱 맞춰 살지 넉넉히 살지 고민하다가 처음이라 실수할지도 모르니 넉넉하게 두 박스를 짊어지고 나왔다. (매우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타일은 방치 됐다. 원래 행동력 대장인데도 처음 해보는 타일 시공은 쉽게 엄두가 안 났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을 굳게 먹고 상자를 열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초반에는 시멘트를 바르는데도 오래 걸리고 타일을 붙이는 것도 오래 걸렸는데 그래도 갈수록 속도가 붙었다. 장장 여섯 시간가량을 타일만 붙인 것 같다. 사실 붙이는 것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는데, 타일을 크기에 맞추어 자르는 게 문제였다. 제일 싼 싸구려 타일 커터를 쓰다 보니 힘도 들고, 손도 많이 갔다. 심지어 제대로 잘라지지도 않아서 타일이 꽤 깨졌다. 넉넉히 구매한 타일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물론, 커터를 사느라 몇백 불 내지 않고 30불만으로 처리했으니 후회는 없다. 깨진 타일 이외에도 중간에 시멘트가 다 떨어져 한밤중에 마트에 다시 다녀오는 불상사가 일어나긴 했지만, 온갖 노력 끝에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이틀 동안 시멘트를 말린 뒤 줄눈을 채우고 실리콘으로 마감까지 했다. (사실 실리콘으로 다시 마감을 해야 하긴 하지만.) 살짝 걱정했는데 그럴싸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제 손님용 화장실을 손 볼 차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