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그는 눈이 가려진 채 서 있었다. 천이 얼굴에 닿아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입김이 안에서 되돌아왔다. 발밑은 차가웠다. 콘크리트의 냉기가 얇은 신발 밑창을 통해 올라왔다. 누군가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일정한 힘이었다.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집행하겠습니다.”
낮은 목소리였다. 집행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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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이 닫히던 소리가 떠올랐다.
“오늘도 늦어?”
아내는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설거지가 쌓여 있었다. 아기 울음이 뒤에서 이어졌다.
“회의 있어.”
그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그렇게 말했었다. 문이 닫혔다. 휴대폰 화면이 떠올랐다.
‘오늘은 좀 일찍 와줄 수 있어?’
그는 메시지를 읽고 답하지 않았다.
아이 이유식 그릇이 식어 있었다. 아내의 손목이 붉어 있었다.
“당신은 이제 내가 중요하지 않아~.”
그는 웃으며 넘겼었다.
“무슨 소리야? 예민하게.”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나돌았다. 그 무렵 아내의 전화기에서 낯선 남자의 웃음소리를 들은 기억이 스쳤다.
삭제된 통화 기록. 아내의 굳은 얼굴.
“나… 다른 사람 생겼어.”
물컵이 넘어지며 그의 손등을 적셨다. 물은 차가웠다.
법원 복도였다. 이혼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이가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엄마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하은이 데리러 안오시나요?”
그날따라 회의가 길었다. 상사로부터 실적이 안 좋다고 질책을 받았다. 퇴근을 못하고 보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했다. 아이가 집까지 길을 아니 혼자 보내라고 말했다.
빗물 위로 빨간 불빛이 번지고 있었다. 작은 운동화 한 짝이 도로 위에 놓여 있었다.
흰 천. 형광등.
아내가 그 놈과 살고 있던 집 앞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낯선 남자. 그 뒤에 선 아내.
칼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피가 바닥을 타고 흘렀다. 그는 서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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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하겠습니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발목이 묶였다. 숨이 얕아졌다. 그는 생각했다.
어디서부터였을까?
회의였을까?
그 메시지였을까?
아이를 데리러 가지 못한 그 저녁이었을까?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
비 오는 주말 오후.
전화번호를 저장해두고 망설이던 그 순간?
그때였다.
“후회되느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둠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끊겼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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