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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비 Jun 16. 2023

이렇게나 작고 연약할 수가 있다니

만지면 부서질 것만 같던 아기 고양이를 처음 마주하던 순간

돌콩이는 태어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우리 집에 왔다. 처음 본 돌콩이는 뭐랄까, 내가 그때까지 알고 있던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회색의 털 색깔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차라리 '쥐'의 모습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너무 어려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아직 몸을 가누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틀비틀 거리며 걷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돌콩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다들 한 번쯤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돌콩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 주었다. 회색빛의 털은 멩이 색깔이고, 성인 남자 손바닥 정도의 몸집이 아주 알만 하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 돌콩이는 정말 “돌콩” 같이 생겨서 내가 이름을 참 잘 지어주었구나 하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다.



어쨌든 내가 처음 만난 돌콩이는 조금만 힘을 줘서 만기만 해도 부서질 것만 같아서 쉽게 안기조차 어려웠던 아주 작고, 연약한 아기 고양이였다.




나는 돌콩이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엄마가 품 안에 들고 있던, 담요가 덮인 작은 상자에서 쉴 새 없이 나던 삐약거리는 소리(아기 고양이들은 정말 삐약삐약 하는 소리로 운다!)와 박스를 둘러싼 우리를 올려다보는 잔뜩 겁먹은 작은 털뭉치.


작디작은 몸 위로 어설프게 돋아있는 솜털과 눈곱으로 뒤덮인 지저분한 얼굴, 와중에 빼꼼하게 뜬 파란 눈. (아빠는 그런 모습을 보고 큰 곰인형을 만들다가 남은 재료들을 대충 뭉쳐 만든 부스러기 못난이 인형 같다고 하셨었다.)



엄마가 처음 데려온 그날 밤부터 돌콩이는 며칠 동안은 밤새도록 울었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밤새도록 울었다. 저렇게 울다가 기절하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로 쉬지도 않고 울었다.


우르르 까꿍! 사람 아기 달래는 것처럼 장난감으로 시선을 끌어도 그때뿐, 모두 다 잠을 청하려고만 하면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울어대는 통에 우리 가족은 한동안 밤잠을 설쳐야 했다. 그토록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를 냈던 걸까?



아주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기 고양이가 밤새도록 빽빽 울어대며 내는 그 소리는, 엄마 고양이를 찾는 소리라고 했다. 돌콩이는 처음 와본 낯선 집에서 엄마를 찾아 그렇게 울었던 것이었다.  아마 돌콩이 나름의 생존 본능이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생이별을 시킨 것 같아서 뒤늦게 알고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한창 어미 품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젖먹이 아기 고양이를 초보 집사가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과 노력과 애정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강아지를 키우다 강아지별로 보낸 적은 있어도 고양이를 한 번도 반려해 본 적은 없었던 우리 가족은 네이버 지식인과 고양이 집사들이 모인 카페, 고양이 육아 서적 등을 열심히 읽으며 우리 집에 와 준 돌콩이를 보살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고양이에게 분유를 줄 때에는 품에 안고 눕혀서 주면 안 되며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려 천천히 줘야 한다는 것, 아기 고양이가 체온 유지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들은 내가 돌콩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모르고 살았을 종류의 지식일 것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돌콩이가 와 준 덕분에 우리 가족의 지식과 경험의 폭은 한층 더 넓어진 셈이다.



돌콩이를 데려오고 바로 그다음 날, 엄마와 나는 부랴부랴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수의사 선생님이 돌콩이를 보시고는 어쩜 이렇게 작을 수가 있냐며 놀라셨던 게 생각난다. 분명 동배에서 나온 형제들에게 치이고 있었을 거 같다는 말도 하셨다. 형제들도 많은데 애 자체도 너무 약해서 어미 고양이가 외면했을 거라고도 하셨다.


“이렇게 약한 애들은요, 크면서도 잔병치레가 많을 가능성이 커요.”

무심하게 하시던 그 말씀대로 돌콩이는 크면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동물 병원의 단골 고양이가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아빠는 돌콩이 병원비면 아반떼 한 대를 뽑았을 거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렇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이렇게 건강한 형아고양이가 되어 내 옆에서 등을 붙이고 자고 있는데. 특별한 일 없이 그냥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다니, 이 작은 생명체가 나에게 주는 힘은 실로 어마무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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