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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국호로록 Jun 13. 2023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 예약을 한 일

우울감을 견디지 못하고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날의 기억

    내가 처음으로 우울감을 느낀 것은 언제였을까? 내 일정이 적힌 휴대폰 속 캘린더에는 처음으로 정신과에 연락한 날짜가 4월 27일로 적혀있다. 하지만 그 날이 내 우울의 시작이라 하기는 어렵다. 분명 그 전부터 우울로 힘들었기 때문에 그 날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간 것이겠지 싶다.

 

    내 우울의 원인을 정확히 말하기 힘드니 그 시작 시점을 찾기도 힘들다. 자취를 시작한 것이 원인일까, 아니면 21년도 4월에 군입대로 인한 우울감이 그 시작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고등학교 때의 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이 그 시작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에게 태생적인 우울의 원인이 있었던 것일까? 우울의 원인과 시작점을 찾는 것은 다음의 일로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서 심리상담 등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튼 우울의 시작점은 몰라도 내가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날은 4월 27일 부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날 이후로 내 휴대폰 통화기록에는 '연세햇살정신건강의원'과 '학생상담센터'로 저장된 두 연락처의 통화기록이 꾸준히 등장한다.


- 우울의 잠식


    우울은 무기력과이 함께 찾아왔던 것 같다. 천천히 나를 잠식해 나가는, 마치 끝이 물에 잠긴 수건이 순식간에 물을 반대편 끝까지 쭉쭉 적셔버리듯이. 무기력감과 우울감은 그렇게 나를 적셔 갔던 것 같다. 나는 뒤쳐지지 않고 시험을 잘 보려면 공부를 해야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보거나 게임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불안감은 느껴도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다. 불안과 우울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더 게임과 유튜브를 찾아 헤매었다. 웃지도 못하면서 계속 다음 영상을 찾아 유튜브를 떠돌다 보니 볼 것이 사라져갔고, 더이상 우울과 불안을 밀어내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채워넣을 컨텐츠가 사라지자 나는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고,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니는 대학교의 학생상담센터에 연락하게 된다.



- 대학생활문화원에 연락하다


    학생상담센터인 '대학생활문화원'을 구글에 검색하여 나온 첫 번째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짧은 다이얼 후에 친절해 보이는, 내 또래 학생인 것처럼 들리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응대했다.


"대학생활문화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담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 지금 학기중이라 상담이 많이 밀려있어서 바로는 어려우시고 한달에서 두달 정도 걸릴 수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린다는 사실에 굉장히 낙담했고, 한편으로는 심각한 상황의 학생부터 먼저 진행을 시켜주는게 맞지않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상담에 대안이 없으므로 그냥 진행하기로 하였고, 접수면접이라는 처음으로 상태를 진단하는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참고로 접수면접까지도 한달 반이 넘게 걸렸다.)


    근로장학생으로 보이는 여성과의 통화가 끝난 후 나는 아무래도 즉각적인 도움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에 근처 정신과를 검색했다.


- 정신과 예약을 하다

    카카오맵을 켜 '정신과'라고 검색을 하자 내가 자취중인 동네 근처에는 평가가 좋지 않은 병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신림역의 '연세햇살정신건강의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주는 예약이 다 찼으니 다음주 화요일에 신분증을 들고 방문해달라는 말에 나는 알겠다고 하였다.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4월 27일까지의 일이다. 다음에는 첫 정신과 방문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오늘부터 정신과 방문부터 치료과정까지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 나갈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가 될지도 모르고 내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글쓰기. 새로운 취미로 한번 잘 가꾸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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