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지국호로록 Jun 21. 2023

정신과 약 복용 2주차,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아빌리파이 2mg / 자나팜 복용 경험담

    내가 처방받은 약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향정신계 약물만 기재)

-1주차: 아빌리파이정 1mg, 자나팜정 0.125mg(필요시 약)

-2주차: 아빌리파이정 2mg, 자나팜정 0.125mg(필요시 약)

*자나팜정은 자낙스의 카피약이다. 여기서 필요시 약은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아닌, 환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최대용량 이내로 상황에 맞추어 복용하는 목적으로 주어지는 약이다. 나의 경우에는 하루 최대 2정까지로 알려주셨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 나타난 변화

    아빌리파이정과 자나팜정을 복용하면서 나타난 변화는 다음과 같다.


- 긍정적인 변화

1. 우울감의 개선(기존이 7~8이었다면 복용 후에는 2~3 정도)

2. 무기력감의 감소

3. 불안감의 감소(기존이 7~8이었다면 복용 후에는 3~4 정도, 자나팜정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더 높았다.)

4. 수면의 질 개선

5.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 감소


- 부정적인 변화

1. 졸음이 많아짐

2. 식욕의 증가 (어쩌면 긍정적인 지표일수도?)

3. 소화장애


    위 변화들을 하나씩 뜯어보고자 한다.


긍정적인 변화

- 우울감의 개선

    우울감의 개선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2주차가 되면서 나는 상당한 우울감의 개선을 느꼈다. 오죽하면 '아빌리파이 잘 먹으면서 살면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초기 약발이 굉장히 잘 듣는 편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울감의 개선이 단순히 약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에게 가장 큰 불안과 우울의 원인인 '시험기간'이 끝나면서 개선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당시에 증상이 잘 개선된 모습에 의사쌤도 뿌듯해 보이셨고 이대로 약을 먹는다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 불안감의 개선

    불안감 또한 많이 개선되었다. 많이 불안하거나 불편감이 있을 때에는 자나팜을 먹으면 대부분 해소되었다. 자나팜의 약효에 나는 아빌리파이와 자나팜과 함께라면 불안장애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무기력감의 감소

    무기력감의 감소는 크지는 않았지만 약간 개선되었다. 아마 우울로 인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약효로 줄어든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근원적인 무기력함은 사라지지 않고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 수면의 질 개선

    수면품질은 가시적으로, 약 복용을 시작하자 마자 개선되기 시작했었다. 나는 sleep cycle 이라는 앱을 이용해서 매일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데, 정신과 방문 전 3주 동안은 수면 품질이 70%대로 그 전보다 눈에 띄게 나쁘게 나와서 원인을 찾던 중이었다. (이 때는 그 원인이 정신적인 것인 줄 몰랐다.) 특히 내 불안의 (아마도) 주된 원인들인 학업과 인간관계와 관련된 날들의 전날 밤의 수면의 질이 특히 나빴다. 다음 날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수면의 질이 80%대로 올라가고 다음날에 무언가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일정이 있으면 60%~70%대로 내려가는 식이다. 이렇게 좋지 않았던 수면상태가 약 복용 1주차에는 70%~80%대로 상승했고, 2주차에는 90% 이상으로 굉장히 많이 개선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수면 개선 또한 시험기간이 끝나가면서 나타난 변화일 수도 있다. 


-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 감소

    약 복용 전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심했다. 코로나와 군대가 겹쳐 3년만에 학교에 온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어찌어찌 나름대로 적지 않은 수의 복학생 친구들을 만들는 데에 성공했지만 왠지 모르게 잘 친해지지 못한다는 감각에 더 이 친구들과 친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러한 불안과 강박은 내게 '친구들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나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라는 생각에 시달리게 했고 나는 집에 돌아오면 친구들과 있을 때 이상한 모습을 보여준 것만 같다는 생각에 다음 만남까지 계속해서 스스로를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서 이러한 부담감이 많이 해소되었고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부정적인 변화

- 졸음이 많아짐(기면)

    부정적인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졸음이 많아진 것이었다. 나는 원래 강의시간에 잘 졸지 않는 편이었는데 약 복용을 시작하면서 바로 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고 평소보다 그냥 약간 졸리다 싶은 감각일 뿐이었다.


- 식욕의 증가

    아빌리파이의 부작용은 공식적으로는 '식욕의 증가'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임상적으로 '살이 찐다'는 부작용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유튜브 뇌부자들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물론 이는 우울감으로 인해 감소되어있던 식욕이 우울감이 개선되면서 증가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땠냐면.. 실제로 식욕이 늘었고 평소보다 과하게 먹는 경향이 늘었다. 나는 원래 배가 고프지 않으면 무언가를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배가 고프지도 않는데 무언가 먹으려고 했다. 그리고 배가 고플 때면 충동적으로 음식이나 음료를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주문한다던지 요리를 과하게 많이 한다던지 등의 일이 늘어났다. 디저트류도 평소보다 더 먹어서 음식을 먹으면 단게 땡기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체중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뱃살도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하루에 먹는 양을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


- 소화장애

    약을 먹으면서 바로 나타난 부작용 중의 하나이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소화가 잘 안되어서 속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설사의 빈도가 늘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어서 약을 바꾸지는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신체가 적응을 하는건지 지금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상으로 약을 2주간 먹으며 나타난 변화에 대해 적어보았다.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닌 부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나는 약을 먹으며 치료받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는 약을 통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약 복용으로 인한 득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내 불안의 역사와 원인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