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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준 Jan 24. 2024

분석철학에 관한 잡념

분석철학자들은 "기계가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 같은 문제에 깊이 골몰하지만 어쩌면 그런 근본적인 질문의 답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령, 실로 마음을 가지지 않은 기계라고 할지라도 애완용 로봇을 통상의 가전제품 버리듯 버리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중요한 건 실로 기계가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기계를 마음 있는 존재로 대하느냐의 문제일지 모른다.

 이는 존재론적 문제라기보단 합의의 문제이지만, 존재론적 문제조차도 합의의 문제에 선제됨이 역사적이다. 이를테면 미성년자와 여자, 유색인종, 이방인, 오랑캐 등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합의된 후에야  인간 존재론의 찬란한 징표인 인권 등을 부여받았다. 마찬가지로 대머리는 존재론적으로 대머리라기보다는 그를 대머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기에 대머리이고, 미남은 존재론적으로 미남이라기보단 그를 미남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기에 미남이다.

실로 기계가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기계를 마음 있는 존재로 여길지 여부에 얼마나 합의할 수 있느냐일지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실로 기계가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묻고 답하려 시도하는 일 자체는 중요하다. 한 슈퍼스타가 말했듯 철학이 아니라 철학함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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