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에 파란 눈, 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기숙사로 들어가려면 지나쳐야 하는 실내 농구코트. 그곳에서 볼을 넣다 말고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
영화 속 주인공처럼 훤칠한 키에 섹시한 미소를 머금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내가 힐끔힐끔 쳐다봐서 따지러 오나?
내가 뭐 잘못했나? 미국 예의를 몰라 내가 실수했나?
몰래 본다고 봤는데 너무 표시 나게 굴었나?
그의 이마에서 턱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젖은 머리칼은 농구화를 신은 그의 발이 바닥을 디딜 때마다 내 마음처럼 흔들린다.
파란 눈이 내 눈과 마주친다. 내 볼엔 불이 붙는다.
어쩌지? 난 영어를 아직 잘 못하는데.
그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내 발음이 이상해서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아, 나를 향해 직진해 와 이젠 바로 코 앞에 선 그.
비누냄새인지 땀냄새인지 코가 간지럽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의 머리털 같은 금발에 손을 뻗고 싶어 손끝이 따끔거린다.
아, 미치겠다!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심장이 마구마구 달린다.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몸을 틀어 막 도망가려는 찰나
그가 나에게 말을 건다.
"저, 시간 있으세요?"
What?!?!?!
- Do you have the time? <제2화> '찬란한 청춘이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