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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튀김 Jan 08. 2024

1. 2023년을 돌아보며...

2023년을 돌아보며 2024년의 나 다시 쓰기

*2023년에 쓰였으나 발행하지 않았던 글입니다.




지난 글의 서두와 같은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습관처럼 침잠하고 방황한 끝에, 글을 올리던 그때 그 모습으로 정박해 있다. 10월 31일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한 모습으로. 아니, 조금 더 가라앉아있었을 수도 있겠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당시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써서 올리며 기록을 쌓아 올리는 나날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한 채로 쓰는 일을 미뤘다.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을 때의 기쁨은 뒤로 하고 익숙하게 게으름을 부렸다. 다른 방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실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나의 불성실이 익숙하다.


나는 왜 이렇게 불성실할까? 그리고 그럼에도 왜 이리 의욕이 넘쳐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걸까? 곧 지나갈 올해를 되짚어보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1. 꾸준함과 방향선정이 아쉬웠던 뉴스레터 모임

올해 벌인 일 중 가장 스케일이 컸던 것은 단연 뉴스레터였다. 나는 언제나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문장 하나하나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에 스스로가 지쳐 더 이상 글을 쓰기 힘들었다. 그 상태로 몇 년을 보내니 하고 싶은 말은 쌓이는데 쓸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미련을 버리지도 못해서 구직도 글을 쓰는 업으로 했는데, 정말 딱 회사에서 요구하는 글만 쓸 수 있었다. 다시 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 때문이었다. 나는 나에게 '뉴스레터'라는 지면과 연재라는 강제력이 동원된다면 열심히 쓸 수 있을 거라고 환상을 가졌다.

그리하여 나와 뜻을 함께하는 지인과 함께 주변 사람을 모아 4인의 팀을 꾸렸다. 모인 이유는 달랐지만 각자가 콘텐츠 제작에 열의가 있었다. 혼자 할 자신은 없었고, 사람이 모이면 진행이 착착 잘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어떤 뉴스레터를 만들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2달간의 회의를 거치고 4달 동안 주 1회 뉴스레터를 연재했다.


스터디룸을 빌려 진행했던 뉴스레터 회의


본래의 목적대로 나는 정기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뉴스레터는 초기 구독자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은 상태로 휴재에 들어가게 되었다. 휴재를 결정한 우리는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우리 팀은 휴재 기간 동안 우리와 뉴스레터의 문제를 돌아보기로 했다.

팀이 꼽은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포지셔닝의 실패였다. 뉴스레터를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읽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독자에게 우리 콘텐츠를 읽을 명분을 마련해주지 못했다.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우리의 패인이었다. 또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뉴스레터를 쓰는 것도 어느 시점부터는 즐겁지 않았다. 지쳤다고 느꼈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내가 혼자서 뉴스레터를 진행한다면 진행이 더딜 것을 알았고 그래서 사람을 모았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속하는 것'과 '중심과 방향 잡기'에서는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2. 2년째 운영 중인 독서모임

나는 나의 노동소득과 개인 공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샀었다. 다른 애독가 분들에 비하면 많이 사는 수준도 아니겠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요즘은 경각심을 느껴 책소비를 지양하고 있지만 한때 지갑은 바닥나고 책장은 보관 허용 범위를 넘어섰었다. 최근에 청소를 하며 상당한 숫자의 책을 버리고 나눔 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말 황당하게도 책을 사는 순간의 즐거움에 빠져, 사두고 읽지 않는 책의 개수만 늘리고 있었다.

그런 나 자신을 위해 나는 2022년,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거창한 모임은 아니었고, 그냥 책을 읽고 인증하는 목적이었다. 오로지 지인들로만 구성된 이 모임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1.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책을 읽었다고 언급한다. (읽은 책, 페이지)

2. 매주 화요일 같은 시각, 함께 그리고 각자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3. 읽은 책은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기록한다.


시간이 지나 해당 규칙들은 현재로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모임의 자유도를 높인 만큼 참여도는 낮아졌다. 나는 독서에 해이해진 나와 모임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종종 이벤트를 열었다.


포스터는 미리캔버스로 제작

작년 연말에는 '당신의 독서 카드뉴스 제작 해드립니다' 이벤트를 열어 멤버들이 읽은 책을 카드뉴스화하여 정리하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모임 부흥 겸 모임원들에게 독서 의욕을 증진할 선물을 주려고 '필사대회'를 열었다. 읽은 책을 필사 후 투표를 통해 높은 표를 받은 모임원에게 상품을 주었다. 절반 정도의 참여율을 기록했고, 훈훈한 마무리였다. 2023년도 하반기의 이벤트는 '책 내용만 읽고 상상해서 책 표지 그리기'였다. 절반 정도가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이벤트에 참여하며 모두가 즐거움을 느끼길 기대하고 있다.


어쩐지 독서보다는'이벤트가 주가 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지만, 이벤트를 아무 제약 없이 기획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년에는 나와 더 많은 모임원들이 독서와 이벤트에 적극적이길 바란다.

각설하고, 나는 이 모임 운영 경험에서 '독서에 대한 동기 부여'와 '이벤트 기획의 즐거움'을 얻었다.

모임을 통해서 나는 구입한 즉시 읽지 않은 책은 높은 확률로 읽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책을 사자마자 읽으려고 노력했다. 구글 시트에 읽은 책의 목록들이 늘어나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독서량은 작년보다 늘었다.

또한 이벤트 기획이 생각보다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서의 즐거움을 위해 진행한 이벤트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현재는 지인들 대상으로만 모임을 진행하고 있지만, 훗날 다른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을 때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3. 단발성에 그친 에세이 연재

브런치에 도전하기 전 T모 사이트에 에세이를 써서 올렸었다. 나는 언제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에세이는 그 방식의 한 일환이었다. 그 사이트에서 처음 글을 올린 것 치고는 따사로운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앞으로도 연재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에세이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브런치에도 글 하나 올리고 아무것도 올리지 못하지 않았는가.


'나 고쳐쓰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조금씩 고칠 것은 고쳐가며 나아가려는 나의 다짐과도 같은 코너였다. 첫 글 이후 글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에서 변하는 데에 금방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 언제나 향상성을 가지고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내가 가장 키우고 싶었던 건 '꾸준함'이었는데, 언제나처럼 나는 일을 벌여놓고 이어 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을 제어할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일을 무기한 미뤘다. 연재의 가닥이 잡히지 않으니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계획의 구체성, 그리고 나를 제어할 수 있는 외부의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4. 결론

혼자서 진행할 자신이 없는 일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고 했지만, 막상 함께 하면 페이스에 끌러 다니기 바빴다. 활동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모임을 활용한 것이 꼭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에 휘둘리기보다는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2024년에는 나에게 필요한 강제성을 적절히 부여하고, 어디로 나아갈지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해야겠다.


그리고 중간에 멈췄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일단 하자. 일단 쓰면 된다. 오탈자나 비문은 고치면 된다.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무언가 남아있겠지. 그러니 너무 힘들이지 말고,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기록을 남길 것이다.


그리하여 2024년 나의 목표도 2023년의 목표와 같다.

1. 꾸준한 글쓰기
2. 업무 능력의 향상
3. 건강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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