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례언니

길레언니4

by 김경숙

나는 삼각지 출신 작가다. 이발소 그림을 베낀 실력으로 Y 화백의 작품을 베꼈다. Y 화백의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묘한 느낌이 있었다. 그 묘한 느낌을 나만이 흉내 낼 수 있었고, 그 그림이 최 사장 화방을 통해 팔려나갔다. 나는 그때 일을 떠올리며 말없이 곱창을 뒤집었다. 최 사장은 내 잔을 채운 뒤 자신의 잔을 채우며 침묵이 싫은지 혼자 떠들었다. 최 사장도 나이를 먹은 모양이었다. 평소엔 과묵한 사람이었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은 자네가 그린 위작이 맞네. 한눈에 봐도 Y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 Y 화백의 그림은 자네 그림과 달라. 색감도 그렇고, 머릿결 처리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그림 재료부터가 다르지.

최 사장은 인제 와서 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내 위작이 Y 화백의 그림으로 오해받아 미술관에 걸려 있었을 때, Y 화백의 그림이 아니고 내가 위작해 그린 거라고 한마디만 증언해줬어도 Y 화백이 붓을 놓는 일은 막았을 것이다. Y 화백은 자신이 그리지도 않은 그림이 나돌며 전시되고 판매되자 작품 활동을 중단해버렸다. Y 화백은 외부 활동조차 차단해버려 나는 Y 화백의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내가 다시 Y 화백의 소식을 접한 건 1년 전 뉴스를 통해 알게 된 별세 소식이었다. 그토록 왕성하게 활동하던 Y 화백이 내 위작 사건으로 인해 허망한 별처럼 져버렸다. 화로 위에 곱창이 별똥처럼 탔다. 검게 탄 곱창이 Y 화백 같았다. 나는 술로 붉어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위작한 겁니다. Y 화백이 좋아서. 멀리 있는 모습만 봐도 고개가 절로 숙어지곤 했으니까요.

Y 화백의 나이가 자네보다 한참 위였지. 아마.

그런 거 아닙니다. 왜 거 있지 않습니까. 그림만 봐도 좋은 거요.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와서 내 위작을 사 갔다면서요? Y 화백 거랑 똑같다고 하면서요? 그때 사십 만원인가, 오십 만원인가를 제게 줬잖아요, 최 사장님이?

나는 횡설수설하며 벌게진 눈으로 최 사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침묵한 최 사장이 서운해서였다. 위작을 그린 사람이나 판 사람이나 반반씩 책임이 있으니, Y 화백에 대한 죄책감도 같이 나누자고 말하고 싶었다. Y 화백은 내 짓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고 나를 찾아와 불같이 화를 냈었다. 나는 Y 화백 앞에서는 발뺌했지만,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내가 그린 위작이라고 밝히려 했다. 그러나 최 사장이 입을 다물어버린 바람에 내가 그렸다고 증언해 줄 사람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최 사장 핑계를 대며 경찰서로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최 사장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고는 코끝까지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며 하다만 말을 이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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