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연 Aug 16. 2024

똥찍된찍 엄마의 맹모목동지교

4살, 2살 데리고 우리가 목동으로 이사 온 이유 

사람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도 본인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각이 나오는 사람과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아는 사람으로 말이다. 


흔히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알기에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일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 경험을 해보고자 한다. 비록 그 결정이 조금은 돌아가는 선택지일지라도 해봐야 후회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봐야 하는 똥찍된찍 엄마다.    


우리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아


4년의 월세 계약기간이 끝나고, 현재 살고 있던 집을 신규 계약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직주근접에 신축 아파트, 게다가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 영유아를 키우기 참 좋은 환경이었는데, 4년 사이에 임대료가 2배 이상 올라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보증금 1억 미만에 월세 120~130만 원 정도의 매물을 찾으려니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컨디션과 비슷한 정도로 찾으려고 하면 인천, 경기와 같은 서울 외곽 지역으로 빠져야 했다. 


그러다가 서울 목동에 괜찮은 조건으로 나온 매물을 발견했다. 40년 가까이 된 재개발 아파트라 많이 낡고, 수리가 안 되긴 했지만 임대사업자 물건이라 가격이 괜찮았다.  


목동이라니, 


목동은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고 싶었던 지역 중 하나였다. 초, 중, 고가 다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유해시설 없이 안전하고, 좋은 면학분위기까지 갖춰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유년기에 주변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모든 아이의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목동 이사는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처럼 느껴졌다.  


목동 이사계획에 설레발치며 기뻐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걱정이 많아 보였다. 목동이라는 지역 자체는 좋지만, 앞으로 살게 될 집 컨디션은 지금 집의 1/10도 못 미치게 안 좋았기 때문이다. 


27평이라고는 하지만 40년 가까이 된 구축, 복도식 아파트의 27평은 신축 아파트에 20평과 비슷했다. 방도 2개였고, 화장실도 하나뿐이었다. 지하 주차장도 없어 매번 주차와 출차를 할 때마다 애를 먹을 게 눈에 보였나 보다. 


남편은 모든 게 다 갖춰진 신축 아파트에 살던 우리가 정반대의 구축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지, 셋째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있으려면 20년 가까이 여기있어야 하는데 오랜 기간 여기에 있을 있을지, 첫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까지 아직 4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몸테크를 해야 하는 건지 등을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환경이냐 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남편도 유아기 때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집 평수와 내부 컨디션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목동 이사를 망설여했다. 주변 환경이냐, 집 내부 컨디션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초고난도의 밸런스게임에서 우리는 일단 임대료가 싸니깐, 목동 분위기를 찍먹 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이사를 가기로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야, 처음엔 불편할지라도 나중엔 이 집에도 정이 붙고 적응될 거야'라고 남편을 설득하며 이곳에 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목동에 이사 온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목동 집에 적응 중이다. 오길 잘했다 싶을 때도 있고, 다시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하는 날도 있다. 목동 거주에 대해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게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니 혹시나 다시 이사를 가더라도 이곳에 이사 온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찍먹이긴 하지만 목동에 한 달간 살면서 느낀 점을 다음 글에서 적어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셋째를 임신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