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임신 소식을 알리는 마음가짐은 첫째, 둘째와는 또 다르다. 첫째, 둘째 때는 기쁜 마음으로 임신 소식을 주변에 알리지만, 셋째는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든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사실 아이 한 명 낳는 것도 대단한 요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가 많아야 둘이지, 셋까지 낳는 집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속하면 주변에서 많은 오해를 받는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워낙 많이 드니, 아이가 셋 이상이라고 하면 돈이 무지하게 많은 부자거나 자녀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무지한 부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첫째, 둘째를 시험관시술로 가져서 자연임신으로 셋째가 생길지 몰랐어요~라는TMI를 만나는 사람마다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혹시나 하는 우려에 주변에 먼저 임신 소식을 알리기가 망설여졌다.
특히 셋째 임신 소식을 부모님에게 알릴 때 가장 마음이 무거웠다. 양가 부모님은 애 둘만 낳고 잘 키우라는 주의셨는데, 둘째가 이제 9개월인데, 또 셋째를 임신해 버렸으니 부모님 반응이 정말 예측이 안 됐다. 다행히 부모님은 세 번째 손주의 탄생을 축하해 주셨다. 하지만 축하 뒤편엔 더 큰 걱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축하한다. 우리 집 경사네! 그런데... 이제 셋인데, 괜찮겠니?"
부모님에 비하면 주변인들 반응은 가볍고, 밝고, 경쾌했다. 다들 셋째 임신 소식에 깜짝 놀라며 대박이라고 재밌어했다. 셋째를 임신한 내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주변의 밝은 축하들이 더 반갑게 들렸다. 처음에 셋째를 임신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날 가족계획도 제대로 안 세운 무지한 부모로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었는데, 오히려 애국자라며 부부 금슬이 좋다고 치켜세웠다. 물론 그 반응도 민망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굳이 '아니에요~'하며 해명(?) 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즐기기로 했다.
처음에 임신 소식을 알리기까지가 어려웠지 주변에 알리며 새 가족 탄생의 축하를 받다 보니 셋째 임신에 대한 부담감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것 같았다. 계획 임신이던, 그렇지 않던 모두 축하받을만한 경사 아닌가. 계획은 이제부터 세우면 되니 말이다.
"진짜 임신이야?"라며 당황해하던 남편도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고, 매일 다섯 식구가 살 곳을 찾아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서 묘한 기대감과 설렘이 엿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셋인 가구가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그 길을 기쁜 마음으로 가보려 한다. 세상에, 다섯 식구라니! 앞으로 이곳에 나눌 이야기도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