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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셋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에필로그) 브런치북 <91년생이지만, 애가 셋입니다> 연재를 마치며

by 심연

셋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추스르며 쓰기 시작했던 브런치북 <91년생이지만, 애가 셋입니다> 연재가 오늘 30화로 끝이 난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집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막내는 이제 온 집안을 기어 다니는 9개월이 됐고, '다시 신생아 시기부터 리셋'이라며 걱정을 늘어놓던 우리 부부는 잠 못 들던 기나긴 밤들을 잘 버텨내고, 이제는 제법 호흡이 잘 맞는 삼 남매의 부모가 됐다.


아이들을 키우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쌓아 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잠도 부족한데 글까지 쓰려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싶을 때도 많았고, 아이들이 아파 글을 오래 쉬게 되면, '끝까지 완결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연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평범한 우리 집 육아 일상에 많은 공감과 응원을 보내준 이들 덕분이었다.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대부분 '힘들겠다'는 반응부터 한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달랐다. '셋이라 든든하겠다, 행복하겠다, 키울 때 힘들지만, 키워놓고 보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다시 태어나도 애 셋 낳을 거다'와 같은 반응이 주였다. 그 말들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고 힘이 됐다.



사람들은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부모가 셋을 다 신경 쓰느라 진이 다 빠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손길에서만 크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챙겼고, 그 어린것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부모도 챙겼다.


흔히 자식은 부부를 잇는 끈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식이 많아서 그런지, 부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얼기설기 얽혀 더 단단히 묶인 느낌이다. '셋을 어떻게 키우지?' 걱정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 셋을 안 낳았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다섯이 아닌 삶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이가 많고, 짐도 많고, 어디 한 번 나가기도 쉽지 않지만,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족끼리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피어난다. 선뜻 아무도 나서서 가려하지 않는 그 길 끝에 뭐가 있는지는, 역시 가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릴 빌려 진흙밭인 육아 길을 꽃길로 만들어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는 그는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척척 잘한다. 내가 막내 이유식을 먹이고 있으면 저녁상을 차리고, 내가 막내 목욕을 마치면 뒤따라 들어와 화장실 뒷정리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고된 육아의 한가운데서도 그가 옆에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91년생 애 셋 엄마 옆에 88년생 애 셋 아빠가 없었다면, 아마 이 브런치북 기저에 깔린 전체적인 느낌도 즐거움이 아닌 우울함이었을 것이다. 곰 가족도 한 집에 세 마리가 산다는데, 우리 집엔 서로 다른 다섯 명이 산다. 다섯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애 셋 낳길 참 잘했다 싶다.^^




지금까지 브런치북 <91년생이지만, 애가 셋입니다>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브런치북 연재는 30화로 끝이 났지만, 육아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 중이기에, 삼 남매 관련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매거진 <전지적 엄마시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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