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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삼 남매네

오늘도 육아의 태풍 한가운데서...

by 심연

집안일을 마치고 핸드폰을 보니, 둘째 어린이집에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어린이집 전화는 대체로 좋은 일이 없어서 알림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몇 분 뒤 선생님께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님, OO이가 친구 얼굴을 할퀴었는데, 상처가 좀 깊어서요..."


헉, 역시 예상대로 Bad news였다. 사연은 이랬다. 친구가 토끼인형을 빼앗으려 하자, 둘째가 인형을 지키겠다고 친구의 얼굴을 할퀴었다는 거다. 선생님은 아직 언어가 미숙한 시기라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달래주셨지만, 하필 다친 아이가 예전에 한 번 부딪힌 적이 있던 친구라 난감했다.


친구 어머님께 죄송하다는 연락을 남기고, 다친 아이에게 건넬 반창고와 연고, 사탕 등을 챙겨 서둘러 하원길에 나섰다. 어린이집 문 앞에는 둘째와 친구가 함께 나와 있었다. 선생님 말씀처럼 친구의 턱 밑에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친구에겐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둘째 손을 잡고 나왔다. 그 조그마한 게 하루 종일 혼이 났는지 축 쳐져있는 모습을 보니 엄마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며칠 뒤, 이번엔 첫째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 OO이가 오전 간식을 먹고 나서 토를 했어요. 그리고 열도 좀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원하겠습니다", 등원 1시간 만의 하원이었다. 첫째는 등원 때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볼은 발그스름했고, 열이 나서 힘들어 보였지만 집에 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기분은 좋아 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장염이었다. 장염은 전염성이 있어 증상이 다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 등원도 불가했다. 나는 혹시 동생들에게 옮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첫째는 아파도 어린이집에 안 가도 된다는 말에 신이 나 있었다. "아프니까 좋다..."며 헤죽거리며 웃는 아이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귀여워 나도 모르게 따라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첫째는 정확히 3일 뒤 어린이집에 갔다. 그리고 그 뒤로 동생들이 차례로 아프기 시작했다. 하... 아이가 셋이면, 부모의 1년 중 300일은 병간호로 채워진다.




저녁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방에서 악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났다. 놀라서 달려가니 둘째가 첫째 머리채를 잡고 있고, 첫째는 머리가 잡힌 채 울고 있었다. 또 어느 날은 둘째의 울음소리에 뛰어가니, 이번엔 첫째가 동생의 배를 주먹으로 때려 동생이 뒤로 꼬꾸라져 있었다.


웃으며 잘 놀다가도 이렇게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히는 날의 연속이니, 삼 남매가 사는 우리 집은 오늘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아이들이 얼마나 더 커야 잠잠해질까요?"라고 묻는 내 하소연에 아이 돌봄 선생님께서 조용히 한 마디 얹으셨다.


어머님, 아들은 크면 더 해요...


헉, 태풍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니. 그 말을 듣고 나니, 오늘따라 아들의 미소가 왠지 더 짓궂어 보인다.


나중에 큰 일 하실 아드님

바람에 다 휩쓸려가지 않도록, 마음의 문단속을 더 단단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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