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서울'할 것인가, '脫 서울'할 것인가.
요즘 우리 집 최대의 고민거리는 '앞으로 어디서 살까'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자산 증식을 목표로 월세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아왔지만,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을 3년 앞둔 지금, 이제 슬슬 정착할 곳을 찾아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보낼 생각을 하니 거주지를 고를 때 걸리는 게 많았다. 무려 16년 이상 살 집이니 말이다. 먼저 집에서 초등학교가 가까워야 하고, 나와 남편의 직장과도 많이 멀지 않아야 했다.
또 가족 수만 5명이니 최소 방 3개에 화장실 2개는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의 면학 분위기와 학업성취도도 중요했다. 그뿐이랴, 집은 단순히 주거의 개념을 넘어 재테크 수단도 되기 때문에 향후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이어야 했다.
내가 말한 모든 조건은 '서울'을 가리켰다. 하지만 주변에선 내게 탈 서울을 권했다. 가족 수가 많으면 집도 넓어야 하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돈도 많이 드니 말이다. 물가도 비싸고, 경쟁도 심하고, 좁고 복잡하기만 한 서울에 살면 가족 모두 불행할 거라고 했다.
게다가 신도시에는 아이들이 많아, 초중고도 다 인접해 있고,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도 즐비해 있어 굳이 서울까지 가서 교육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할 놈은 어딜 가나 다 잘하며, 학군지가 아니면 어느 지역이나 다 비슷하다며 말이다.
정말 그럴까?
듣다 보면 다 일리 있는 말처럼 들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지역별 중학교 학업성취도를 비교해 보니, 그 말이 전부 맞진 않았다. 일례로 학군지인 강남, 목동을 제외한 다른 서울 지역 중학교 학업성취도와 인천 지역 중학교 학업성취도를 비교해 보니, 서울은 70~90%, 인천은 60~80%로 평균 10% 이상 차이가 났다. *학업성취도가 높을수록 면학분위기가 우수하며, 특목고 진학률이 높다.
또 학교의 면학분위기는 통계적 수치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행실과 엄마들의 고민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목동에 살 때는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주말 도서관엔 자리가 없어 책만 빌려서 돌아올 때도 많았고, 카페엔 늘 삼삼오오 모여 문제집을 푸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시험기간 버스 안에선 한 두 문제 틀렸다며 좌절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선 목동에서 흔하게 봤던 풍경이 더 이상 흔치 않은 귀한 장면이었다. 일단 이곳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도서관이 없고, 카페엔 문제집 푸는 학생들 대신 삼삼오오 모여 각자 핸드폰 게임을 하는 남학생들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는 "아이가 친구들하고 모여 게임을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놨으며,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단지 내 불량학생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럴 때면 집이 넓고 좋고를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n 서울 할 것인가, 脫 서울 할 것인가.
결국 이 선택은 부모가 집 내부 컨디션을 중시 여기는지, 교육환경을 중시 여기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 학군지도>를 쓴 교육컨설턴트 심정섭 소장은 한 유튜브에 나와 아이들이 초등학생땐 서울 외곽지역에 살며 서울에 집 하나를 매입해 뒀다가, 공부에 싹수가 보이면 중학교 때 이사하라는 신박한 조언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오?" 하며 솔깃해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셋인 우리 집에선 그림의 떡과 같은 조언이었다. 우린 한 번 이사할 때마다 다섯 명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매일 밤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거실 소파에 앉아 <어디에 살 것인가>의 주제로 밸런스 게임을 한다.
1) 20년 된 25평 서울아파트(초품아) : 방 3개, 화장실 2개, 직장까지 30분 내 거리
2) 현재 살고 있는 34평 신도시 아파트(초등인접) : 직장까지 전철로 1시간
3) 인천 송도 40평 아파트(초등인접) : 출퇴근 불가, 직장 인천으로 이동해야 함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이 중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우린 서울로 가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25평에서 5명이 살 수 있을까 지레 겁을 먹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방이 2개뿐인 30년이 넘은 목동아파트에서 4명이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살기 불편해서 3개월 만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지금 살고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인서울과 탈 서울에 대한 마음이 51:49라, 우린 매일 같은 질문을 하고, 매일 다른 답을 한다. ㅎㅎ;;
그래서, 우리 어디서 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