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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Apr 22. 2024

당신의 책육아는 잘못됐습니다

돈 덜 쓰고 제대로 책육아하는 법

남편 회사 동료가 아이 책에 천만 원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천만 원?" 처음 금액의 규모를 듣고 깜짝 놀랐다. 책 한 권당 1만 원으로 계산해도 족히 천 권이 넘는 책이 집에 있다는 뜻이었다. 


남편 말에 따르면 동료네 집은 거실 한쪽 벽면이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했다. 아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5살 남자아이 하나 있는 집이었다. 


천만 원이면 2020년도에 내가 중국에서 1년 어학연수했을 때 썼던 비용과 같았다. 스무 살에 천만 원 투자로 중국에서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어학 실력을 갖췄는데, 5살 아이에게 천만 원어치의 책을 사준 부모는 과연 어떤 기대를 품고 그렇게 책을 샀을까 궁금했다.


비단 이 집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엄마는 최근 프뢰벨 수업을 듣는다고 700만 원을 결제했다고 하고, 맘카페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겠다고 장난감을 다 치우고, 온 집안을 책으로 도배했다는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미니멀 책육아를 지향하는 내게 이 세상은 책육아에 미쳐있는 것처럼 보였다.  


뉴스에서는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성인 비율이 60%나 된다는데, 프뢰벨, 블루레빗, 몬테소리 등 한 번 들일 때 몇 백만 원씩 드는 아이들 책시장은 이리도 성황이라니, 부모는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아이를 위한 좋은 책을 찾아보고, 구입하고, 매일 아이에게 읽어주는 부모의 노력에는 기대가 숨어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문해력과 창의력을 키워 똑똑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책육아로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켰다는 책들을 보면 모두 한결같이 집에 책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에 책이 많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이랑 놀게 되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는 것이었다. 연령별로 추천도서도 수두룩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그런데 과연 책의 양이 중요한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은 책으로만 크지 않는다. 밥과 반찬, 국까지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자라는 것처럼 책 속의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아이와 부모의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아이들은 천 권의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 어린이집 다녀오면 4시, 한두 시간 밖에서 놀다가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놀고, 씻다 보면 금방 잠자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모들은 몇 백만 원씩 하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아이를 위한 책을 살까 고민해 보니 모두 부모의 불안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변에서 다 고가의 전집을 들이니 본인도 뒤쳐지기 싫은 마음 때문에 무리해서 책을 들이는 것이다. 


부모가 불안으로 흔들리면 부모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는 넘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하고, 흔들릴 수 있지만 부모는 본인의 불안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불안은 대게 그 분야를 잘 모를 때 발생한다. 그래서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관련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저자의 말에 의문을 갖고 끝까지 탐구하는 집념이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하는 책육아라면 아이의 책 보다 먼저 부모가 본인의 책을 사고 읽는 게 먼저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책 읽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절로 책을 좋아하게 된다. 


기억하자,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 속의 글과 그림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포근한 스킨십, 따뜻한 품이 좋아서이고,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거실에 빼곡히 꽂힌 책들이 아닌 책을 읽고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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