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아이를 보기 어려운 세상이라 그런지,4살 딸아이는동네 유명 인사다.함께 길을 걷다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지나가는 사람마다 딸을 보고 "안녕"하고 인사를 하거나, "예쁘게 생겼다. 몇 살이니?"와 같이 말을 건다.
그럴 때면 딸은 아무 말 없이 내 다리 뒤로 쏙 숨는다. 처음에는 부끄러운 마음이 커서 그런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이가 낯을 가려서요"라고 멋쩍게 웃고는 아이에게 나중에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한동안은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를 잘하는 것 같더니 최근 대뜸 어른에게 인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 어른들한테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아요
왜 인사를 하고 싶지 않는지 이유를 물으니 딸은 어른들이 무섭다고 했다. 처음 보는 어른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웃으며 아는 체를 하는 그 상황이 딸에게는 낯설고, 두려웠던 것 같다. 어린이집이나 책에서는 낯선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경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엄마는 문 밖에서 만난 어른들에게는 친근히 인사하라고 하니,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럼 아는 사람한테만 인사하고, 모르는 사람한테는 인사하지 마"
사실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두려워하는 아이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어른들도 낯선 사람, 낯선 환경에선 긴장하지 않는가. '예의'가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라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이해받고 싶은 것'은 자신을 배려하는 행위다. 타인을 먼저 생각할 것인가, 자신을 먼저 생각할 것인가의 가치에서 난 아이에게 자신을 먼저 챙기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예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낯선 어른에게 인사하는 걸 무서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고 싶었다. 배려를 받아본 사람이 배려를 할 수 있다고,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아본 아이가 나중에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따뜻하고 예의 있는 어른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