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거리에는 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벚꽃이 절정이던 지난 주말에는 거리 곳곳이 봄꽃을 구경하려고 나온 상춘객으로 가득했다. 우리 가족도 꽃구경을 하러 동네 벚꽃축제에 다녀왔다.
지난주는 어딜 가나 다 그랬었겠지만, 거리에는 꽃 반, 사람 반이었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꽃 구경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엄마가 온전히 축제를 즐기기엔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리다는 걸 축제장에 도착하고 알게 됐다.
남편은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우리는 인파를 피해 근처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솜사탕을 얼굴로 먹은 장난꾸러기 큰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배고파 우는 둘째에게 젖병을 물리며 한숨 돌리고 있을 때 그 옆에 앉아계신 할머님과 눈이 마주쳤다.
할머님은 나를 보더니 "애들 키우느라 애쓴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고는 "지금 이렇게 아이들 키울 때가 가장 행복한 거야"라고 덧붙였다. "비록 지금은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바빠도, 지나고 보면 가장 행복해, 애들이 다 커서 떠나면... 외롭거든"이라고 했다. 외롭다는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그날 처음 본, 생판 남인 할머니와의 그 짧은 대화가 이토록 오래 여운을 남길지 몰랐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한다. 흔히 사람들은 20대 젊은 시절을 자신의 화양연화로 꼽는다. 20대 아름답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도, 젊음 하나만으로 빛나는 시기 아닌가. 그런데 서른이 지나,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꽃 같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삶이 진정한 화양연화이지 않을까 싶었다.
할머님은 '지나고 보면'이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사실 난 지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하루하루가 아쉬운 엄마다. 매일 훌쩍 크는 아이들을 볼 때면 '언제 이렇게 컸나' 놀랍기도 하고, 기특도 하지만, 엄마밖에 모르는 껌딱지의 모습은 지금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현재 눈앞에 있는 아이들이 애틋하기까지 하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런 걸까?
그래서 나를 포함해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육아일기를 쓰며 엄마로 살며 느끼는 매 순간의 벅찬 감정을 글로 남기나 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기,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서 말이다.
오랜만에 꽃 내음을 맡으니 영감이 샘솟는다. 영감 버프 받아 쓴 자작시 한 소절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