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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행성식집사 Jun 23. 2023

[꿈행성 이야기] 네 잎클로버

네 잎클로버보다 소중한 건 바로 너희들의 마음

토요일 아침 학교에 출근해서 근무를 하다 팔을 쓱 만졌는데 오른쪽 팔 안쪽으로 뽈록한 멍울이 느껴졌다. 벌레에 물린 것처럼 가렵지는 않은데 겉으로는 살짝 흰 테두리가 보이는 것이 뭔가 속에서 염증이 생긴 것 같았다. 누를 때 말곤 통증이 없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덩어리가 커져가고 걸으며 몸에 스칠 때마다 살짝씩 통증이 느껴져서 마음에 불안함이 커져갔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있을 전담 시간을 6교시로 당겨 시간표를 급하게 바꾸고는 일찍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바쁜 월요일이었는데 혹시나 안 좋은 혹일까 불편한 마음이 가득해서 하루 일과를 제대로 정리도 못한 채 5교시까지 수업을 마쳤다. 후다닥 점심을 먹고, 아이들의 점심시간을 10분 앞당기는 바람에 원성을 들어가며 겨우 알림장을 썼다. 진료 대기가 길어 얼른 가야 하는 마음에 급하게 아이들을 두고 가야 하는 마음이 더해져 걱정이 배가 되었다.


반장에게 문단속, 전등과 냉방기 끄기를 신신당부한 후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여기저기서 ‘선생님 아프지 마요.’, ’병원 잘 다녀오세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응원에 지난 며칠 스스로 괜찮을 거라 마음으로 되뇌었지만 한편에 계속 숨어 있던 불안함이 조금이나마 옅어졌다.


접수를 하며 기다리는 중에 문득 지난 스승의 날 우리 반 아이가 선물로 내밀었던 작은 네 잎클로버 하나가 떠올랐다. 네 잎클로버를 발견하곤 선생님 선물로 주어야지 생각했을 귀여운 마음, 주말 동안 물에 담가놓으며 시들면 어쩌나 걱정했을 마음, 작은 손으로 하얀 리본을 묶었을 모습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아이들이 내게 준 응원, 걱정과 위로. 3월부터 약 100일의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함께 이런 말들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선생님과 제자라는 인연과 관계가 주는 힘. 네 잎클로버의 꽃말 ‘행운’보다 너희들을 만나 많은 응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세 잎클로버의 꽃말이 마음에 스쳐간다.


아파서 결석하게 되어도 내 몸보단 아이들과 우리 반 걱정이 앞서게 되는 선생님이라는 역할. 그 무게가 때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수많은 아이들의 위로와 응원이 주는 힘은 선생님이기에 받을 수 있는 소중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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