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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뷰어P Jul 10. 2023

‘보이는 그림’ 너머
‘보이지 않았던 그림’을 마주하기

내 아이의 그림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기

발달장애 미술공모전인 하나아트버스 수상작 30점의 전시가 7월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eMA AA) 나눔동 다목적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표현이 다양한 삶의 형태로 나타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세계를 경험하고 인지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음을.


하나아트버스 수상작 전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eMA AA)
하나아트버스 수상작 전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eMA AA)

해당 전시의 수상자는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발달장애 예술가이다. 나는 수상자의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아이의 ‘보이는 그림’ 너머 ‘보이지 않았던 그림’을 마주하기 그리고 기록하기>라는 주제로 지난주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eMA AA)에서 강연을 진행하였다. 강연이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의 ‘보이는 그림’ 너머 ‘보이지 않았던 그림’을 마주하기 그리고 기록하기> 강연


우리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능한 계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부모님의 미술에 대한 생각, 미술을 대하는 태도이지 방법이기에 나는 누군가의 부모님을 만나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거워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강에 참여하신 부모님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미술이 어렵다고 말한다. 어려우니 당연히 재미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나와 상관없는 것이 될 수밖에. 그렇게 예술은 천천히 내 삶과 분리되어 버린다. 그래서 내가 무던히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커다란 생각이 바로 ‘예술이란 무언가 거창하고, 대단하고, 우아하고, 잘하는 것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차분히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짚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을 환영한다. 


<아이의 ‘보이는 그림’ 너머 ‘보이지 않았던 그림’을 마주하기 그리고 기록하기> 강연


나는 부모님들께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에게 ‘예술, 미술, 그림’은 무엇인가요? 어떤 의미인가요?”

자, 이 질문이 다소 어렵다면 질문의 범위를 좀 좁혀서

“‘미술’ 하면 떠오르는 부모님의 익숙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책상에 앉아 멋진 작품은 완성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 미술관 벽에 걸린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장면, 그림을 잘 그리게 하는 것, 그래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상을 타거나 혹은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     


부모가 생각하는 ‘예술’은 자녀에게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결국 부모 스스로 예술에 대해 내가 어떻게 전제하고 해석하고 있는가? 에 대한 생각을 점검해 보는 것은 아이의 보이는 그림 너머의 보이지 않은 그림을 마주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강연을 마치고 한 어머님께서 다가와 “지금까지 저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하는 것에만 욕심을 부렸던 것 같아요. 아이의 그림이 궁금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왜 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 그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말이에요. 저는 세밀하게 그리라고, 색을 더 칠하라고, 완성도를 높이면 좋겠다고만 했지, 가만히 천천히 들여다보지 못했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 조금 느리게 생각하기, 조금 더 머물러 한참 들여다보기가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기에      


지금 나의 자녀가 하고 있는 소소한 모든 예술적 행위를 부모가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부모가 조금 덜 낯설어하고 경계하지 않는 것, 부모가 속단하고 결정하여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것, 그래서 결국 나의 아이도, 부모인 나도 우리 모두가 실은 예술가였음을 깨닫게 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나는 늘 생각하고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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