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라진다.
기존의 생명도 사라진다.
탄생한 생명도 먼지처럼 흩어진다.
자본주의로 대동단결한, 부유한 국가들은
거의 모두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 세계로 퍼진 고도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생명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경제 체제이다.
자본은 끝없는 이윤 창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인간과 지구를 착취하고
생산 수단이 없는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단 한 번뿐인 삶의 시간들을 돈으로 교환한다.
쉴 새 없이, 미친 듯이 무한 반복으로 돌아가는
인간 세상에는 자본주의라는 블랙홀이 있다.
자본주의는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전반적인 삶과 생명의 세계를 상품화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스스로 살아날 수 있다.
그래야만 모든 것이 정지되는 최후의 파국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블랙홀은 매우 강력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이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
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들은
강력한 중력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다.
모든 것들이 돈으로 치환된다.
돈이 안 되는 것들조차 돈이 되는 것들을 위해
보호, 조장, 육성된다.
이 블랙홀 속으로 들어간 모든 것들은
산산이 부서져 원자 상태로 돌아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원자화,
파편화는 기괴한 이상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본질 상, 당연한 결과이다.
파편처럼 흩어진 원자들이 서로 만날 수가 없으니
물질의 재탄생이 가능할 리가 없다.
원자화가 진행 중인 사회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일정한 수준에서 잠시라도
쉬어 가거나 멈추는 것을 도무지 못 견디는
속성을 내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생명 연장을 위해 필수적인
끝없는 경제 성장은 정말 가능한가?
탄생 후 성장하다가 쇠퇴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것이
자연계의 명백한 이치이다.
자연계의 일부인 인간이 만든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태어나 지금까지 언론과 정치인의 입을 통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경제를 살리자'는
말이었다.
우리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경제도 결국 죽을 수 있음을.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시하는
이 경제 시스템도 언젠가 반드시
소멸하게 되리라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우리들에게 더욱더 치열하게 노력하라고 다그치며,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을 패배자로 몰아가는
초강력 블랙홀 속에서 우리가 과연
아이를 낳아 기를 무모한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자본은 사람이나 생명 따위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본은 끝없는 이윤 창출을 기반으로 하여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자본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구 구성원 모두의 공생과 번영을 추구하는 안목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자본의 단 한 가지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그냥 단순한 이윤 창출이 아니다.
더욱더 많은 이윤과 중단 없는 이윤 창출을 원한다.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은 정말 단순하다.
자본에 노동력을 투입하여 생산을 하고 생산한 것을 시장에 판다. 판매 가격은 생산원가보다 반드시 더 높아야 한다. 거기에서 이윤이 발생한다. 이윤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비자의 소비가 필요하다.
생산의 과정에서 노동이 개입된다. 노동자들은 자본의 이윤 창출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그 임금은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생산 수단이 전무한 노동자는 거의 대부분 소비자가 된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라는 순환구조가 깨어지면 그 즉시 파멸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노동력이 부족하면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자본주의는 붕괴된다. 소비자가 돈이 없어 소비를 할 수 없어도 자본주의는 무너진다. (과거 미국의 경제 공황도 자본주의 내부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이런 단순한 속성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들(노동자들)의 주머니가 비어가자, 국가가 긴급재난지원금 따위를 국민들에게 지급했던 것이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었다.
자본의 압력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인간 노동력의 가치가 하락할수록,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평범한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의식적이며 의도적일 수도 있고, 생명체의 무의식적인 본능에서 기인할 것일 수도 있다.
자본은 노동력을 공급받아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그래야 계속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하므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거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사용하거나,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 따위는 결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 즉 노동자이면 동시에 소비자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밖으로 골치 아픈 인간을
모두 퇴출시키려는
시스템의 자기 보존을 위한
거침없는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 노동자는 끊임없이 불평, 불만을 하고, 파업을 하고, 소송도 하며, 조퇴와 결근도 하고, 태업도 하는 존재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은 아무런 군소리 없이 매우 유능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노동에서 밀려난 인간 소비자들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았으니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텅텅 비게 된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수 없으면 자본주의는 붕괴된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돈을 채워 넣어줘야만 한다.
정치권이나, 경제계, 학계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분명 자본은, 인간과 거의 똑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이윤 창출을 위해 값싼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생산을 위한 노동력을 공급받으려 할 것이다.
자본에게 국적이란 건 없다.
자본은 국가를 초월한다.
프랑스에서나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미국에서나
자본은 똑같은 작동 방식으로 움직인다.
프랑스도 한국처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프랑스는 줄어드는 인구 때문에 성장 동력이 사라지자, 한때는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가난한 국가들로부터 대량으로 이민을 받았다. 현재 프랑스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의 사람들이 프랑스의 인구 구성 비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아, 프랑스는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이슬람교 국가가 될 거라고.
한국은 뭐가 좀 다를까? 마찬가지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시, 군 단위의 농어촌 지역에서 한국인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오히려 소수라고 한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한국인 아버지들은 중, 장년이거나 장애인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농어촌에 거주하고 저학력이며, 장애가 있는 남성들은 결혼 상대를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국가의 여성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그 어떠한 정책과 제도도 이런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민족 배타성을 버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미국처럼 다인종, 다국적, 다문화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단일민족이란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왔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살게 될 것이고, 그들 중에서 많은 수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될 것이다.
줄어드는 인구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론에서 매번 되풀이하는 그따위 헛소리들은 우리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용할 것이다.
자본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씨가 마를 때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블랙홀 중에서도 최고의 블랙홀이다.
젊은 한국인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해마다 많은 한국인 노인들은 세상을 떠날 것이다. 줄어든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의 자본은 외국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것이다.
어쩌면 인구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에서 순수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반만년 단일민족이란 허구에 찬 개념을 버릴 때가 온 것이다. 혼혈아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주하여 정착한 외국인 가정의 비율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미래의 한국은 단일민족이란 개념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다국적, 다문화, 다인종 국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세상이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적자생존의 냉혹한 법칙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자본을 제외한 대다수의 인간들은
저소득 잉여 계층에 머물며 국가가 주는 기본소득으로
연명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기본 소득에 의지하면 할수록
국가의 힘은 더 막강해지고
세금의 대부분을 납입하는 자본의
힘도 함께 강해질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본이 곧 국가인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들어온 모든 것을 산산이 찢어발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