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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왈JS Jul 22. 2023

쓰지만 약이 되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

서평. 세이노의 가르침_세이노(Say No)

꽤 긴 시간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에 올라와 있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었다. 제목처럼 ‘세이노’라는 필명의 작가가 자기가 살아온 방식을 통해 삶의 가르침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의 이름은 수년 전 신문사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단순하게 지은 것인데, 문자 그대로 Say No, 지금까지 믿고 있던 상식들, 잘못된 관행들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온라인과 신문 칼럼에 20여 년 넘게 글을 써온 얼굴 없는 작가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천억 원대의 자수성가형 자산가이기도 하다.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 세이노의 가르침 中




2000년부터 발표된 그의 인생 조언, 세상을 향한 쓴소리, 성공 스토리들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제본서를 만들기도 하고 전자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내용들에 새로 업데이트된 저자의 글이 추가되어 이제야 정식으로 출간된 것이다. 책은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데 정가는 소책자 수준인 데다가 심지어 전자책은 무료다. 불법이 판을 치고 남의 피눈물로 일약 성공하는 세상에서 다소 투박한 말투로 정의를 이야기하는 글 전반의 태도가 이런 면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다. 저자는 아마도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보고 삶의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이 이토록 인기를 끈 것은 아마도 부자의 생각을 엿보고 싶다는 대중의 마음이 컸을 것이다. 나 또한 자신의 힘으로 그 많은 자산을 일궈낸 스토리에 관심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덮을 때 즈음엔 그런 사실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엄청난 자산가이든 그렇지 않든 그의 삶의 철학과 식견, 사회에 대한 여러 시사점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책 전반에서 저자는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 정의와 성공의 원리에 대해 굉장히 투박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거칠고 적나라한 문장들에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이 악물고 살아온 저자가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생각들은 공감도 가고, 정신이 번쩍 들만큼 배울 점도 많았다.

 



요즘 SNS를 켜면 너도나도 ‘@@로 월 천 벌기’, ‘빠른 시간 안에 부자 되는 법’ 식의 부자마케팅이 넘쳐나서 거부감이 든다. 막상 들여다보면 진정성 없는 콘텐츠로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은 그런 얕은 콘텐츠와는 정반대 선에 있다. 속임수와 꾀로는 진정한 성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가르침이다. 전자가 자극적이고 영양 없는 인스턴트 식품 같다면, 이 책은 맛은 없어도 살이 되고 뼈가 되는 고영양 건강식 같은 느낌이었다. 꾸밈없고 센 말투, 때로 비속어까지 들어간 그의 조언은 날 것 그대로 몸에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간단하다. ‘노력하라’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라고 조언한다. 세월을 그냥 사는 것과 내 가치를 높이며 사는 것은 천지 차이다. 지나가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면서 자기 시간에 뭔가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이런 말이야 어릴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또 많은 어른과 상사로부터 들어온 것인데 뭐 특별할 것이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특별하다. 저자의 인생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많은 사람이 올려다보는 곳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사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전 재산을 사기로 모두 날린 후 사망하면서 친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어렸을 때부터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고등학교 3학년 때 휴학까지 했다고 하니 그의 어려운 과거를 일일이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이후 보따리 장사부터 과외, 입시 학원, 번역 등 안 해본 일 없이 열심히 살았다. 와중에 영어 공부를 하고 학교에 다녔고 결혼 후에도 사업과 공부로 고군분투하며 현재의 자산을 이룩했다고 한다.

 



그는 피같이 진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끝없이 배워서 지식을 넓히고 몸값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경쟁력이다. 타인의 돈을 내게로 옮겨온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다른 경쟁자보다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식견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난관에 봉착하면 다른 전문가에게 자문하기에 앞서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독파하면 실마리가 풀린다는 것. 그 치열함은 저자가 이룬 모든 것들의 근거가 되었다.

 



투자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앞서 말했듯 SNS 발달과 함께 투자에 대한 현혹적인 콘텐츠 또한 어느 시기보다 넘쳐나는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투자로 돈을 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우선 자신의 가치를 높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천억 원대 자산가가 되기까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 기반을 자신의 노동이나 공부로 공고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와 반대되는 순서를 꿈꾼다. 투자로 종잣돈을 마련해 더 큰 돈을 버는 방식으로.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무너지는 모래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고 맷집을 키우면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 투자는 그다음의 일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거친 어투가 내 머리를 때렸다. 한때 ‘힐링’이라는 코드가 사회문화적으로 유행을 탔고, 지금도 자기 위로식의 글들이 흔하게 보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현실을 바로 보고 삶의 돌파구를 찾게 하는 매운맛의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어떤 절실함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을까. 그가 책을 통해 기꺼이 내어주는 조언들은 거짓도, 자기 이익을 위한 꼼수도 아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한 글이라 거부감이 들 수 있고, 또 책의 모든 내용을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인생을 살면서 생각해 볼 법한 가치 있는 조언들이 많이 들어 있다. 지금의 삶이 답답하다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걷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 읽고 나면 머릿속은 단순해지고 내면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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