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정 Dec 30. 2023

거인의 어깨 위에서 계속 살 것인가?

생각하는 베짱이

귓속이 늘 가려운 거인이 있었다견디지 못할 만큼은 아닌데

무시하기엔 좀 가려운 그런 정도의

가려움.

그러던 어느 날 꿈이 원대한 고양이가 찾아왔다.

저를 당신의 어깨 위에 올려줄 수 있나요?”

고양이가 부탁했다.

내가 왜?”

거인이 물었다.

저는 당신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렇군그러면 넌 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지?”

당신이 나를 당신의 어깨 위에만 올려준다면나는 당신의 가려운 귓속을 매일매일 청소해 드릴게요.”  


   

그렇게거인과 고양이는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 후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고양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거인의 평생 호구 혹은 아이작 뉴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라는 명언은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한 말로 유명하다

이 문구는 원래 라틴어로 "Nanos gigantum humeris insidentes"라고 표현되었으며

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앉은 난쟁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뉴턴은 이 문구를 통해 이전 세대의 과학자들이 쌓은 지식과 발견이 세대를 거쳐 축적되었고그것을 토대로 현재 자신의 과학적 성취가 만들어졌다면서자신의 업적을 겸손하게 언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라는 문구를 내 방식대로 해석했다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거인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더 멀리 더 넓게 볼 수 있을 거라고

거인의 발걸음에 얻어 타서

내 걸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빠르기로

세상을 달릴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

현실 속 거인은 이유 없이 나를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주지는 않았다.     

물론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쓴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이유 없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지만현실에서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인연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고, 이전에 내가 볼 수 없었던 세상을 보았고, 빠르고 안전하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지만

자칫 거인의 귓속을 긁어주며 살아야 하는 평생 호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시점이 왔다

왜냐면 그것은 내 힘으로 직접 이룬 성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거인의 어깨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에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서 보았던 

광대한 세상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내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나의 목표를 위해 걸어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객관적 성취가 미미하다 할지라도 괜찮다

적어도 나는 거인의 호구가 아닌,

아직은 미미하지만,

나만의 아이작 뉴턴이 될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사랑하니까, 헤어져야 하는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