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베짱이
남편과 나는 저녁 식사 때 소주와 맥주 한 캔을 종종 마신다.
겨울이 제철인 생굴을 사 왔다는 나의 문자에 남편은 어김없이 소주와 맥주 한 캔을 사 왔다.
요즘 술이 너무 잦다며 눈을 흘기는 내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굴에는 소주지.”
라며 헛웃음을 웃는다.
그런 남편을 보며, 못 이기는 척 밥상 위에 내가 좋아하는 목이 긴 맥주컵을 내놓는다.
“의리 없게, 당신 잔만 내놓냐?”라며 남편이 자신의 소주잔이 없음을 비난했다.
이어 내 맥주컵을 쳐다보며 비아냥거린다.
“네가 학이냐?”
그러면 나도 지지 않고 맞선다.
“참, 당신은 여우였지?”
소주잔도 챙기고 있었는데, 급한 성격에 욱하는 남편에게 나도 맞불을 놓았다.
“흥, 여우 같은 놈!”
이에 남편은 울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을 뗀다, 학을 떼!”
그 순간 나는, ‘학을 뗀다!’라고 소리치는 남편의 목소리와 표정에 박장대소를 하고 만다.
“오, 아직 살아있네. 라임(rhyme)을 잘 잡았는데~”
눈가에 맺힌 웃음 눈물을 훔치며 중얼거리니, 남편도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는다.
남편이 내 컵에 맥주를 부었다.
맥주가 컵으로 콸콸 쏟아져 들어가며 하얀 거품을 만드는 모양을 쳐다보며 내가 중얼거린다.
우리는 학과 여우의 만남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처음에는 영리하고 능청스러운 유머에 반하고, 융통성은 없지만 꼿꼿한 모습에 반했다며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이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서 오해하고 싸웠다. 돌아보면, 좋았던 시절이 훨씬 많았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은 벽을 만들긴 했다.
싸움과 화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20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제는 서로의 다름을 마음 깊이 인정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