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베짱이
가까운 절에 갔더니, 입구에 석상들이 나란히 앉아 자기만의 이야기를 건네왔다.
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라.
무엇을 보지도, 말하지, 듣지도, 마라는 것인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 경우에는
상대를 향한 험담으로 여겨졌다.
살면서 늘 누군가를 평가? 하고 살아왔다. 그건 내게 본능이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나도 상대를 대할 방식이나 태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쁜 사람일까?
좋은 사람일까?
이기적인 사람일까?
이타적인 사람일까?
몰상식적인 사람일까?
상식적인 사람일까?
늘 상대의 나쁜 점을 먼저 알아차리려고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좋은 점은 내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나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태도는 시간이 지나자,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습관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 아닌데도 상대를 평가하고 비판하다가 감정이 섞이면 험담이 되어서 나왔다.
오늘 내가 마주한 저 석상들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남의 험담은
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라.
그것은 스스로 죄를 짓는 거니까.
'다라니(Dharani)'는 불교 용어로, 주로 긴 주문이나 경문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용어는 '지키다', '보존하다'라는 뜻을 지닌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되었는데, 다라니는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나 의미를 압축하여 표현한 구절이며, 이를 통해 수행자는 경전의 교리를 마음속에 깊이 새길 수 있다고 한다.
다라니가 하는 여러 가지 역할은
첫째, 수행자가 경전의 중요한 교리를 기억하고,
둘째, 정신을 집중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셋째, 불교 전통에서는 다라니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져, 그것을 외우는 것이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어졌다고 한다.
다라니가 하는 역할들을 살펴보면, 왜 전시 제목이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수구다라니' 인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불교 신자들이 즐겨 외우고, 일반인도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수리수리 마하 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주문이 왜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지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바로 다라니가 하는 세 번째 역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개인의 복이나 소원을 비는 주문을
입으로 외우거나,
부적처럼 몸에 지니거나,
종이(닥종이)에 적어서 금동경합에 잘 넣어두었던 아주 오래된 생각들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누가 내게 당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한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믿든,
나는 오늘 이 주문을 외운다.
수리수리 마하 수리 수수리 사바하
2024년부터는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나 비난을 멈추게 해 달라고 소원한다. 그래서 내가 더욱더 인간답게, 성숙한 어른답게 나이 들어가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