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베짱이
요즘엔 커피숍이든 패스트푸드 식당 같은 곳에 가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본다. 참으로 젊게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위 예전에는 젊은이들의 전유 공간이라고 치부되었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왜냐면, 나도 곧 그들의 나이가 될 테니까.
그날은 세 분의 여자분들이 앉아 있었는데, 좌석이 가까워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세 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각자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떠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한 분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이야기에 대한 피드백이 공유되는 게 아니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화자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기만 기다렸다는 듯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모양새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아차 싶었다.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도 요즘 이상한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쩍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나의 입장에서 내 생각들을 쏟아내고 있는 나 자신을 자주 보는데, 나도 이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가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밤 12시에 카톡이나 문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분은 내가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걸 안다. 그런데도, 낮에 내가 보낸 문자에 답신이 늦었다면서 자신의 상황 이야기를 문자로 남겨놓는다.
나중에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시간이 늦은 건 알지만, 내가 그때밖에 시간이 없었고,
해야 할 일이 생각났을 때 후딱 처리해야 나중에 까먹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얹는다.
“어차피 넌 자니까, 소리 못 듣잖아! 나도 네가 내일 아침에 본다는 거 다 안다.”
라며 대인 흉내를 낸다.
내 입장에서는 그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는데 말이다.
나는 한 번 더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