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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08. 2024

할머니의 간식

과일 사라다 만들어 먹기

외할머니는 과일을 참 좋아하셨다. 사과도 좋아하시고 수박도 참 좋아하셨다. 과일을 마요네즈에 버무려 샐러드로 만들어먹기도 했는데, '사라다'라고 불렀던 옛날식 과일샐러드다. 달달한 과일에 마요네즈까지 넣었으니 맛이 없을 수 없는 꿀조합이었다. 할머니가 좋아하셔서 외갓집에 가면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보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다.




과일 사라다는 재료를 네모모양으로 크게 깍둑썰기를 해서 넣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는 각 상황에 맞게 바꿔가면서 넣는데 집집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할머니는 사과, 메추리알, 건포도는 꼭 넣으셨다. 손질한 재료들을 볼에 담아두면 알록달록하니 예뻐서 특별한 날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그래서 명절이나 할머니 생신 때는 잊지 않고 만들었다.


사라다가 먹고 싶어서 냉장고를 열어봤다. 사과와 며칠 전 삼촌이 주신 바나나가 있었다. 수프를 만들고 남은 셀러리도 꺼냈다. 사과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썰었고 바나나는 껍질을 까서 듬성듬성 잘랐다. 셀러리는 질긴 줄기 부분을 벗겨낸 후, 비슷한 크기로 잘라 준비했다. 소스는 마요네즈와 꿀만 넣어도 되지만 홀그레인머스터드와 후추를 곁들이면 새콤해서 더 맛이 좋다. 소금도 조금 넣어 간을 하고 잘라둔 사과, 바나나, 셀러리와 버무렸다. 색색이 예쁜 재료들을 하얀 마요네즈에 섞는 이 순간이 제일 신난다.


볼에 담은 재료들, 자연스러운 색이 너무 예쁘다.


사라다를 그릇에 담아 올리니 식탁이 화려해졌다. 잔칫날이 된 것 같았다. 샐러드는 포크로 우아하게 하나씩 떠먹어야 하지만 사라다는 숟가락으로 듬뿍 퍼먹는 게 포인트다.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숟가락에 올려 동시에 먹으면 새콤달콤 아삭한 맛에 중독돼 자꾸 손이 간다. 할머니가 계셨다면 잘 드셨을 텐데 사라다 한번 못 만들어드린 것이 너무나 아쉽다. 늘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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