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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11. 2024

조카 따라 하기

조카가 걷기 시작했다

조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내 다리 반 이상 키가 자랐다. 며칠만 지나도 얼굴이 바뀔 만큼 조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갓 태어났을 때는 몸을 거의 못 움직이더니 지금은 더 움직이지 못해 안달이다. 뒤집고, 뒤집어서 몸을 일으키고, 일으킨 몸을 잡고 일어서더니, 이제는 걷기 시작했다.




조카를 볼 때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조카를 돌보는 동생네는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멀리서 크는 걸 보면 시간이 참 무섭게 간다는 걸 느낀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다. 이제 이유식도 끊고 일반 밥을 먹으며 싫다 좋다 의사표현도 제대로 한다. 다 컸네 싶은데 딱 한 가지, 걷지를 않아서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어제 올케에게서 연락이 왔다. 걷는다고 말이다.


화면 속에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조카가 보였다. 뭐가 그렇게 급한지 집안 구석구석을 급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숨을 헥헥거리면서 지치지도 않는지 멈출 기미 없이 돌아다녔다. 콧잔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도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조카는 걷기를 여러 번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다 힘이 모자라서 주저앉고 엄마의 도움을 받아 걸으면서 수없이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걷는 느낌을 알게 되었을 테다. 그 느낌을 알고 난 순간부터는 자신 있게 걸었을 것이다. 본인도 얼마나 신이 날까. 도움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 너무 기쁠 것이다.


반면 나는 요즘 집중을 못하고 있다. 새로운 계획들도 자꾸 망설여진다. 잘 안될까 봐, 잘 못할까 봐 미리 걱정을 하고 있다. 뭐든 해봐야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알고 개선점도 보일 텐데 뭐가 두려운지 주저하게 된다. 조카를 보니 '나도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처럼 나도 일어서려고, 걸어보려고 넘어지고 주저앉으면서도 도전을 해서 지금은 이렇게 잘 걸어 다니고 있다. 그러니 또 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때처럼, 지금 조카가 하듯이 해보자고 말이다. 


조카는 걸을 듯 말 듯 하더니 조금 있으면 뛰어다닐 기세다. 걷기를 바랐지만 걷기 시작하면 봐주기 더 힘들어지겠지. 빨리 컸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지금 이 귀여운 모습을 더 보고 싶어 천천히 자랐으면 싶기도 하다. 사랑 듬뿍 받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라. 곧 또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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