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하던 대로
버섯 채소전 만들기
예전 회사에 근무할 때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마땅치 않았고 나가서 먹으면 시간도 많이 걸려서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그래서 엄마는 다 큰 딸의 도시락을 싸느라 아침마다 분주하셨다. 내가 직접 밥과 반찬을 담기는 했지만 엄마가 만든 반찬이 있어 가능했다. 거의 엄마가 싸주신 셈이다.
도시락을 거의 매일 싸야 했는데 반찬을 바꿔가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냥 집에서 먹는 반찬을 통에 담으면 되지만 동료들과 나눠먹던 터라 반찬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엄마는 쉽게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반찬을 한 가지씩 만들어주셨다. 계란말이, 전 같은 종류다. 그중에서 버섯 전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 버섯은 비교적 저렴하고 손질하기도 쉽고 맛도 좋아 단골 재료였다. 버섯을 대충 잘라서 채소는 있는 대로 넣고, 어떨 때는 부추만 넣어서 후다닥 구워 내주셨다.
그 생각이 나서 오늘은 버섯 전을 만들었다. 버섯은 표고버섯이 있어서 잘게 다졌다. 예전에는 버섯기둥이 먹기 안 좋아 보여서 버렸는데 지금은 기둥에도 영양가가 있다고 해서 지저분한 끝만 자르고 야무지게 챙겨 먹는다. 버섯은 몇 개만 준비하면 된다. 한두 개가 얼마 되나 싶어도 다지면 양이 많아진다. 채소는 당근, 양파를 넣고 엄마가 하던대로 부추도 넣었다. 내 취향대로 청양고추도 추가했다. 청양고추를 넣으면 매콤하고 깔끔해서 좋다. 채소를 다 썰었다면 버섯과 함께 볼에 담고 계란과 전분을 넣어 반죽을 만든다. 그리고 오일을 두른 팬에 한 숟가락씩 떠서 중불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알맞게 잘 구워진 전을 보니 군침이 흘렀다. 참지 못하고 한 개를 그 자리에서 집어 먹었다. 맛있어서 뜨거운 것도 모른채 손으로 몇 개를 더 집어 먹었다. 역시 전은 구울 때 바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버섯채소전, 갓 구울 때 먹어야 맛있다.채소를 씻고 다지고 계란을 풀고 간을 하고, 또 팬에 타지 않게 하나씩 올려 굽는 일. 간단한 것 같지만 전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이 일을 거의 매일 하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일은 전을 더 만들어서 엄마에게 맛을 보여드려야겠다. 엄마의 전에 비하면 맛이 덜하겠지만 엄마를 위해 만든 전이니 맛있게 드셔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