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생강차 마시기
밤에 갑자기 열이 나고 목이 따가워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 늦게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창문으로 약하게 부는 바람에도 살에 에일 듯이 아팠다. 두통까지 오니 견딜 수 없어 병원에 갔더니 감기라고 했다.
몸이 정말 안 좋긴 한 건지 내가 봐도 얼굴이 엉망이었다. 안색도 좋지 않고 힘이 없는 것이 누가 봐도 아픈 사람 몰골이었다. 병원에서 의자에 앉아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다. 겨우 진료를 받고 약을 타서 나오는데 햇살이 비쳤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찡그렸던 마음도 풀렸다. 더 크게 아프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고 빨리 병원에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했다. 처음에는 무리한 것도 없는데 왜 아플까 하고 억울한 생각만 들었는데 따뜻한 햇살에 생각이 바뀌었다.
집에 와서 급한 일만 끝내고 잠을 청했다. 한숨 자고 나니 열도 내리고 몸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밥맛 없어도 챙겨 먹으며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큰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약만으로는 부족한 나이인가 보다. 기력을 보충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만들어 먹는다던 배생강차가 떠올랐다. 배와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기침을 멎게 해 준다고 하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마침 집에 재료가 있어서 무거운 몸을 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배부터 꺼내서 썰었다. 그냥 잘라먹으면 며칠을 먹을 텐데 한 번에 다 쓰자니 아까웠다. 하지만 약이라 생각하고 큰맘 먹고 다 얇게 잘랐다. 얼린 대추와 생강도 꺼내 물에 한번 헹군 후 얇게 잘랐다. 압력밥솥에 재료를 모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다음 40분 찜이나 취사를 하면 푹 고아진다. 잘 익은 재료들은 제 색을 잃었지만 국물은 갈색으로 예쁘게 변했다. 체에 우선 걸러 한 김 식혔다가 건더기를 면포에 싸서 남은 국물까지 다 짜냈다. 국물을 냄비에 넣고 물도 보충해서 끓인 후 꿀을 넣어 완성했다. 달콤한 배와 씁쓸한 생강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맛은 약간 달달하면서 씁쓸한 딱 원재료 맛이다. 입이 까끌한 것도 있지만 마셔보니 솔직히 맛은 없었다. 그래도 약이라 생각하고 가득 담아 다 마셨다. 두 컵정도 남았는데 며칠 두고 먹을 예정이다.
배생강차를 마셨으니 빨리 낫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아프니 밥 먹는 것, 자는 것 등 아주 사소한 일들도 힘이 들었는데 빨리 나아서 보통의 일상을 되찾고 싶다. 내일은 두 컵을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