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도시락 선물
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다. 선물은 미리 했는데 며칠전부터 김밥이 먹고 싶다고해서 김밥도시락을 선물로 준비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으라고 여유있게 만들었는데 너무 많다고 하면서도 반응이 좋았다. 덩달아 나도 신났다.
김밥은 잘 쉬어서 당일 아침에 부지런히 만들어야한다. 요즘 아침잠이 많아져서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늦잠을 자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마음이 급해서 김밥 옆구리는 자꾸 풀리고 꼬다리는 터지기도 했다. 더 만들 시간은 없어서 보기 좋게 수습해서 마무리했다. 쌀쌀한 날씨지만 신선하게 전달하고 싶어 보냉가방도 준비해서 아이스팩을 넣어 야무지게 챙겨 나섰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주변 보관함에 넣어두고 친구를 만났다. 평소 먹지 않던 음식도 맛있게 잘먹으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리를 걷다가 한 김밥집을 발견했다. 김밥집이 유명한지 사람들이 많았다. 친구 말로는 예전에도 먹어봤는데 꽤 맛있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포장해가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안돼!"라고 말해버렸다. 나중에 깜짝 선물로 김밥을 주려고 했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밥을 싸왔으니 사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는 유명한 김밥대신 내 김밥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밥을 싸기로 결정했지만 걱정이 많았다. 내가 만드는 김밥에는 햄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묵을 넣긴 하지만 일반 김밥에 비하면 자극적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서 맛이 없게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들을 친구는 밋밋하다고 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그냥 김밥을 살까 생각하기도 했다. 김밥을 사면 맛도 보장되고 포장도 고급져서 선물할 기분이 날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내 김밥은 모양부터 엉망이다. 거기다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어 멋도 없었다. 급하게 산 보냉가방은 왜 이렇게 촌스러운지 내밀기 부끄러웠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친구는 맛있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고 했다. 내 김밥 때문에 배가 불러서 예정되어 있는 식사 몇 개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정도였다. 내가 보는 내 김밥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는데 친구의 눈에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친구도 사실 요리를 잘한다. 요리를 하기에 김밥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알아줬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친구는 내가 만들어주는 선물을 유독 좋아했다. 나는 어설픈 수제 선물을 꺼려했지만 친구는 내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선물은 마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의미를 알면서도 선물은 품위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외면했다. 그저 보기 좋고 깔끔하고 세련된 것이 선물이라고 여기고 준비했다. 하지만 보기에 조금 이상해도 마음이 담겨 있다면 선물받은 사람은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김밥과 같이 떡볶이도 줬는데 떡볶이가 너무 맵단다. 급하게 만든다고 간을 제대로 못봤다. 마음을 덜 담았던가. 다음에 다시 만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