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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원 Jul 07. 2023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나의 그림자를 마주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그런 존재가 늘 주변에 한 명씩은 있었다. 나에게 미운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내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사랑 혹은 인정받는 존재였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내가 아닌 타인으로 향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마음속으로 '왜 쟤를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 왜 쟤를 더 칭찬하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난 인정받는 사람인데 나보다 더 인정받는 존재이거나 혹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무엇인가를 잘하는 사람으로 비치길 원했다. 부족한 면은 감추고 내가 가진 잘난 면을 드러내기 위해 애썼다. 밖에서는 인정받는 직장인, 인정받는 친구라는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다녔다. 하지만 내 안에는 이기적 면, 비도덕적 면, 폭력적인 면, 열등한 면이 모두 숨어있었다. 


  페르소나의 어원은 로마 연극에서 배우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로 형성된 인물이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유능한 직원으로 친구들 사이에선 철없고 웃긴 친구로 환경에 적응해서 만들어진 자신이다. 사람들은 환경에 따라 적절한 가면을 쓰는 것이다. 반면 그림자란 자아의 나쁜 특징(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요소로 예를 들어 이기적, 비도덕적, 폭력적인, 비열한, 악한 요소들을 뜻한다.)이다. 평소 욕을 안 하는 사람이 운전만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헐크라는 캐릭터가 우리의 내면 심리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브루스 배너 박사와 헐크는 한 사람이다. 브루스 배너 박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정받는 유능한 학자이지만 내면에는 헐크처럼 분노하고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헐크라는 캐릭터가 처음에 등장할 때 배너 박사는 자신의 변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순간에 헐크로 변신을 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장면들이 보였다. 하지만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는 배너 박사가 자신이 원할 때 헐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너박사는 유능하고 성공한 박사가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쳤던 자신의 가면을 인식했다. 또 자신의 내면에 있던 그림자를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항상 화가 나있지"라고 말하면서 변신하는 장면은 나에게 희열을 느끼게 해 줬다. 


사진출처 - One VIEW 헐크 변신 장면 | 어벤저스 (The Avengers, 2012)

사람은 사실 다들 구린면 한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구린면을 빨리 알아채고 인정할수록 성장속도는 더 올라간다고 느낀다. 또 나와 비슷한 가면을 쓴 대상이 때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면의 무게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긴장과 불안감을 견뎌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커버이미지 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890197&memberNo=48985185&vType=VERTICAL 청록의 <PERSONA>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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