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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원 Sep 18. 2023

오늘은 "맑음"

찰나의 여유로움   

오늘도 딸을 등원차량에 태워 보내고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한다.


딸 손을 잡고 나가는 길에 바라본 하늘은 비가 올 것만 같은 먹구름을 담고 있었다.


딸을 차량에 태워 보내고 내려가는 길에 마주한 내 그림자 덕에 먹구름이 걷혔다는 걸 알았다.


하늘 높이 고개를 젖히고 바라본 하늘은 먹색에서 푸른색을 머금었다.



분주히 걸어가는 사람들 틈새로 천천히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종종걸음의 사람들, 경적소리가 뒤엉켜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임을 느꼈다.


한 때는 나도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처럼 열차시간에 맞춰 뛰기도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지하철 역을 향해 걷는 동안 반가운 통화를 하며 기분 좋게 역사를 진입했다.



광화문역과 연결되어 있는 교보문고는 특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교보문고 향기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향기를 느끼며 심리치료 코너로 향한다.


일주일 전에 왔기에 눈에 띄는 신간도서는 없었다.


다만 빼곡히 들어선 책장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미술치료사로 일할 때 지하철 역사로 향하는 길에 서점이 있었다.


시간여유가 있을 때 서점에 들러 전공도서를 사면 지하철에 타 한 시간가량의 이동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지금이야 인문학, 자기계발, 경제 등 관심분야가 넓었졌지만 20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관심사가 단 하나였다.


"미술치료" 오로지 미술치료 관련 책만 봤다.


그때의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걸을 여유로움은 없었다.



교보문고 광화문 점은 오전시간에는 중장년층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인분들이 눈에 띈다.


여유롭게 책을 둘러보며 한 곳에 머물러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나 또한 저 여유로움을 같이 느끼고 있다.



한 시간가량 책을 둘러보고 가져온 책을 마저 읽으려고 출입문을 나섰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나서면 종각으로 이어져 있는 큰 대로변에 나무가 즐비하다.


높다란 나무는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나무를 바라보다 건물 틈새로 본 하늘은 아침보다 맑았고 높아 보였다.


하늘을 담고 싶어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켰다.


카메라 프레임 속에 들어찬 풍경은 "맑음"그 자체였다.


사진을 찍고 내리는데, 마주 걸어오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들은 동시에 하늘을 쳐다봤다.


맑은 하늘을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저 여자가 뭘 찍는 거지 하며 쳐다본 게 아닐까 싶다.



광화문과 종각역은 특히나 회사가 모여있기 때문에 사람들 걸음에서 여유로움 보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조급하게 걷는 사람들 사이 느린 걸음은 관광객일 확률이 높다.


나도 관광객인 것처럼 걸었다.


처음 보는 것 마냥 신기함을 두 눈에 장착시키고 두리번거리면서 말이다.



한가로운 시간대라 그런지 카페는 한산했다.


50페이지를 남긴 책을 술술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니 금세 직장인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사로 향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맑은 하늘을 같이 봤으면 하는 마음은 오지랖이긴 하나 혼자 누리기엔 아까울 정도였다.


역사에 들어서기 전 다시 한번 높은 하늘의 맑음을 느꼈다.



맑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행복감은 나에게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집에 가면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은 하늘을 바라볼 때만큼은 고요하고 여유로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숨 가쁜 하루 사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찰나에는 여유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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