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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원 Oct 04. 2023

섹스 테라피스트

한 번 해도 될까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섹스 테라피스트는 성적 불감증, 섹스트라우마 등 다양한 성적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직업이다.


나는 섹스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을 2013년도에 출간된 "한 번 해도 될까요?"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책 제목부터 성적인 냄새가 풍겼고 호기심에 손이 저절로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섹스라는 건 환상적인 어떤 것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이 있었다.


친구들이 묘사하는 섹스의 느낌과 내가 경험한 것은 매우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기억으로 이 책은 평대에 있지 않고 심리치료 관련 책 코너 벽장에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야구동영상에서 봐왔던 섹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무리 봐도 이해되지 않았던 배우들의 성적반응이 이 책을 보고 난 이후에는 다르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책에서 섹스테라피스트인 셰릴 코헨 그린은 자신의 실제 상담사례를 통해서 어떤 과정으로 성적문제가 있는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를 치료하는지 보여줬다.


중요한 것은 치료과정의 일부로 자신의 몸을 거울을 통해 구석구석 살펴보고 탐색해 보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식을 선행한다.


그래서 그런지 섹스라는 행위에 포함된 전희과정을 상세히 묘사했지만 전혀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책의 첫 번째 등장인물은 마크 오브라이언으로 6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뒤 몸은 뒤틀렸고 움직일 수 없었다.


더불어 숨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쉴 수 있었다.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 근육뿐인 36세인 중증장애인이었다.


치료사인 셰릴 코헨 그린은 내담자인 마크 오브라이언과 만나며 잘못된 성적 오류와 자신의 성적반응에 대해 상처받은 기억, 죄의식을 가졌던 부분을 충분히 대화로 알아갔다.


그 후 셰릴 코헨 그린은 마크 오브라이언의 옷을 벗기며 '감각터치'라고 불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내담자의 몸을 자세히 파악하는 훈련으로 전신을 치료사가 만지며 신체적 특징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고 성기 이외에 부분들이 어떻게 쾌감을 느끼는가 알아낸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자신이 쾌락을 느끼는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크 오브라이언은 몸의 감각상실은 아니었기에 치료사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치료사는 별다른 것 없는 느낌, 점점 달아오르는 느낌, 관능적 느낌, 성적 느낌을 느껴볼 것을 권하고 규칙을 제시한다.


규칙은 최선을 다해 자신이 몸과 순간에 집중할 것, 느낌이 좋지 않을 땐 말할 것, 정신이 다른 데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얼른 마음을 자신의 몸으로 돌려 손길이 닿는 곳에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 치료사는 내담자의 몸을 하나씩 만지며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감각 반응 어떤지 묻고 답한다.


여기서 인간의 성적주기도 등장한다.


첫째, 흥분으로 최초의 짜릿한 자극으로 발기와 같은 신체적 신호의 단계가 찾아온다.


둘째, 안정기로 흥분이 지속될 수 있는 강렬한 단계로 심박수가 높아진다.


셋째, 오르가슴


넷째, 해소기로 몸이 자극되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상태이다.



안정기에서 충분히 흥분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치료사는 내담자의 신체반응에 집중해 터치와 대화를 반복한다.


특히 자극 반응을 1부터 10까지로 수치화시켜 말하도록 했고 자극반응을 조절하는 법도 가르친다.


지나치게 자극을 주거나 낮추지 않고 안정기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그 후 거울치료를 통해 거울 속 자신의 몸을 상세히 들여다 보고 자신이 몸의 특징을 상세히 보도록 한다.


뒤틀린 자신의 몸을 보는 것을 싫어했던 내담자였지만 이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혐오스럽게 느끼지 않게 되었다.


상담의 마지막은 실제 섹스로 앞의 과정을 충분히 반영해 실제 섹스를 진행한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책에서 아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만남뒤에 내담자인 마크 오브라이언은 실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한다.


연애는 자신과 아주 먼 얘기고 상상 속에서나 이루어졌던 것인데 말이다.



셰릴 코헨 그린은 섹스 테라피스트로 일하면서 900명이 넘는 내담자들과 실제 섹스를 했다고 한다.


이를 보고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비난여론이 많다고 한다.


수많은 성적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 보고 자신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면 타인을 사랑할 줄도 알게 된다는 걸 보여준다는 걸 느꼈다.


필자는 성을 개방적으로 이야기하며 외설적으로 느끼지 않고 자신의 몸을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일 때 건강한 섹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본다.




섹스는 인간이라면 느끼는 수면욕, 식욕을 포함한 기본욕구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한국에서 성교육은 아직도 성에 대해 개방적인 유럽국가에 비해 현저히 퇴보된 수준이다.


2차 성징이 끝난 중학생인 아이들이 직접 콘돔도 씌워보지 않고 자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도 못한다.


나는 딸이 섹스는 어떻게 하는 건지 묻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보다 좋은 교육자료는 없다고 본다.


현존하는 성교육 자료보다 이 책이 주는 성에 대한 지식이 훨씬 풍부하고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섹스는 이런 것이라는 정의가 아니다.


섹스가 좋으려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이해하고 신체반응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를 어떻게 배려하고 표현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섹스라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을 어떻게 증가시키고 유지시키며 섹스 후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도 알게 된다.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면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도 모르는 성에 대한 지식이 곳곳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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