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을이 익어간다(10)

10. 환갑

by 사랑의 빛


2021년
엄마의 60세 환갑 생신이었다.

음력 생일이신 엄마는
해마다 추석 4일 뒤에 생일을 맞으신다.

한바탕 큰 명절을 치르고,
가을걷이 추수 때가 한창이라
엄마 생신은 추석에 잊히곤 했다.

명절 지나 며칠 안되어 또 모이기도 쉽지 않은 일.
그래도 환갑 이신대 남동생 내외랑 우리 부부만 함께 하기엔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남동생 내외와 상의 끝에, 가족 모두 모인 추석 연휴~ 명절 하루 전날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뷔페를 주문하자니
그 많던 대가족 집안이
앞서간 가족들의 빈틈 때문에
인원수 충족 안되어 주문 불가..

배달 음식을 요리로 시켜야 하나?
명절이라 불가능했고,

그럴만한 식당도 없는 시골이라.. 엄두도 못 냈다.

그냥 식사만 하자니 그것도 아쉬운 내 마음..
인터넷 검색 후 셀프 차림 소품을 주문했는데
명절 연휴 겹쳐 제 날짜에 도착할지 알 수 없는 초조한 상황이었다.



거실 창문에 현수막!
수제로 만든 예쁜 떡케이크 정중앙!
잘 보이는 앞줄 끝에 크리스털 상패!
다행히 준비하기 늦지 않은 시간 도착해 세팅 완료!!

잔치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시간, 선물 증정!!

엄마 환갑잔치의
가장 유의미한 선물은?

작은 며느리에게 받아 적어라 하며


"애미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

건강해라. 우리 며느리 생일 축하한다"

봉투에 현금만 담아 주지 않고
손을 빌려 짧은 편지까지 적어주신
할머니 선물이었다.


자신들 모두 모인 자리에서

큰며느리 용돈 봉투 주는 자신의 모습이

몹시 뿌듯하셨나 보다.


그날은

울 엄마 환갑이셨는데

그날의

포토제닉은 할머니였다.


선물 받는 엄마보다

봉투 주시는 할머니 얼굴이 더 크게 빛나 보였으니까.




작은 엄마 두 분이서 엄마 반지를 맞춰 드렸다.

손가락 사이즈를 몰라서 치수 확인 위해

종이를 가위로 잘라 재고 보냈는데

연이의 카톡 세례를 시작으로 웃픈 에피소드ㅡ


금은방 사장님 왈 :

"이 사이즈는 웬만한 성인 남자 손가락 두께보다도 훨씬 큰 거예요."

"여자분 손가락 치수가 이럴 수(?) 없어요."

"다시 확인해 주세요"


내가 여러 번 대답한 답변 :

"사장님, 맞습니다! 시골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그래요"


맞는 팩트(?)인데 대답을 하면서도, 하고 난 뒤에도

왠지 좀 씁쓸했다.


'아빠'라는 연결 고리 없이는
누가 무얼 하든 아무 상관없는
그야말로 남남인데
가족으로 묶여
남편하고 산 시간보다
시어머니 모시고 산 세월이 훨씬 길다.

그 긴 세월의 시름이
늙은 노모의 몇 마디 온도에 찡.. 녹아내렸다.

온 가족과 함께 축하한 엄마의 환갑잔치는
참 따듯했고 풍성했다.



희생으로 지은 인생 옷을 입고
헌신으로 꾸민 인생 집에 사시느라..

앉고 일어섬조차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을 만큼 망가진 허리.. 가 다시 건강해지기 어렵듯..

엄마의 인생이..
그렇게 전부로 끝날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 아프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여..
구원으로 묶어주신 가족과 가정의 자리를 지켜냈기에

비록..
화려한 꽃처럼 피어나는 향기는 없지만..
엄마 삶의 제사를 아버지께서 기억해 주시리라 믿는다.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합니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