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8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내일이면 아기를 만난다. 막연하던 그날이 어느덧 하루 전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다행히 나의 몸과 뱃속의 아기는 큰 탈 없이 이 기간을 잘 버텨주었다.
처음에는 '오늘'이 되면 무언가 다를 줄 알았다. 없던 모성애가 생겨 있거나, 육아에 대한 지식을 머릿속에 가득 채웠거나,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거나. 그런데 디데이를 하루 앞둔 나는 예전의 나와 이상하리만치 똑같다.
내일이면 내가 엄마가 되고, 우리가 진짜 부모가 된다는 것이 여전히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신생아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찾아보기는 했지만, 그걸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제 당분간 늦잠은 틀려먹었고, 어쩌면 몇 달 동안은 쪽잠으로 하루를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조금 두렵게 느껴질 뿐, 나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말했다.
"드디어 하루 남았다. 하... 긴장되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나는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침대에 반쯤 누운 자세로 말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내일도 의사 선생님께서 잘해주시겠지... 마취 깨고 덜 아프기만을 바랄 뿐이야."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말을 했지만, 그동안의 시간들이 천천히, 그렇지만 또렷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날의 어색한 설렘,
첫 태동을 느꼈던 날의 신비로움,
어찌할 바를 몰라 꽤나 힘들었던 입덧의 시간,
그리고 기형아 검사, 정밀 초음파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태동 검사, 막달 검사까지-
하나하나의 여정을 지나오면서, 나는 서서히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을까.
조금씩 도드라지는 배를 볼 때마다 '아기가 언제 태어나려나...' 하고 수없이 되뇌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제 그 '언제'가 바로 내일이다.
내일, 아기는 지구별에 도착한다.
이제 또 다른 나의 삶이 펼쳐진다는 생각에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함께 따라온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이니, 나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 시간을 잘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잘 해낼 것이라는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간을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늘 나를 안심시켜 주었던 남편, 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별 일 아닌 것처럼 건네던 "괜찮아."라는 한 마디 덕분에 엄마가 되는 과정이 두렵지 않을 수 있었다.
아무튼, 내일 우리는 부모가 된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 것이다. 조리원에서의 시간과 아주 작고 낯선 존재와 함께 보내게 될 하루들.
아마 다음 이야기는 조금 더 정신없고 더욱 현실적이면서도, 그래서 더 진솔한 이야기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