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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r 04. 2024

인도집 전기가 끊겼다

일처리 느린 인도에서 빠른 것도 있었다



인도 온 지 몇 개월 안 되었지만 인도는 우리에게 정말 놀라운 경험을 여러 번 시켜준다. 하지만 이번만큼 등골에서 식은땀 나는 최고의 경험은 없을 것 같다.  여느 보통날처럼 우리 가족은 토요일 골프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상상하지 못한 채.


평소대로라면 3시쯤이면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날따라 배가 고파 현지 로컬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느지막이 6시쯤 돌아왔다. 살짝 어둑해지려는 순간이어서 불을 켜려고 했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저번에 한번 두꺼비집이 나간 적이 있어서 두꺼비집을 확인해 보았지만 내려간 것은 없었고 혹시 아파트 전체가 정전인가도 확인해 보았지만 다른 집은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급 불안감이 찾아왔다 “ 왜 우리 집만 전기가 안 들어오지?” “회사에서 전기세가 밀린 것을 깜빡했다고 전기료를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어버리겠다고 한 마감 기한 금요일까지는 전기세를 낸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이지?” 전기세는 회사에서 내주기 때문에 확인결과 관리비를 담당하시는 인도분이 금요일에 처리해야 하는 것을 또 잊고 (인도사람들 느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놀랄 수준.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은 숨 넘어간다.  ) 토요일 그것도 오후에 돈을 입금했다는데 전기회사에서는 입금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전기를 끊어버렸단다. 단 하나의 경고도 없이. 느긋한 인도사람들인데 이런 일처리는 빠르다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 그럼 언제 전기가 들어온대?” “ 월요일 오후나 돼야 전기가 들어온대. ” “......” 몇 분 간의 침묵이 흘렀다. 주말 내내 전기 없이 지내야 한다는 건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럼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은? 오 마이갓!


해 먹을 재료가 없으면 불안해지는 인도이기에 그동안 음식이며 식자재를 많이 쟁여놓고 있었는데 말도 안 돼! 식은땀이 줄줄 나는 순간이었다. 천만 다행히 회사에서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보관해 주기로 했다.

물론 완전히 다 맡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음식들은 살렸다. 휴.




전기가 끊긴 집



전기의 소중함을 인도에서 절실히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3월이 되면서 점점 더워진 탓에 에어컨이 되지 않는 실내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모기장도 없어 문도 열어 놓을 수 없는 어둠 속 집에서 주말 내내 아이들과 핸드폰의 불빛에 의존해 화장실에서 찬물로 샤워하고 그나마 시원한 거실 타일 바닥에서 겨우 쪽잠을 자게 된 3월 첫째 주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전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난민이 따로 없다. 환기도 안 되는 인도집에 아직 다 비우지 못한 냉장고 속 퀴퀴한 음식 냄새와 이런저런 냄새들이 섞여 꼬릿 한 냄새가 뒤섞였고 땀 흘리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깐 열어둔 창문 틈으로 모기 10마리 이상은 들어온 듯하다.


냄새, 모기, 더위와의 사투. 정말 힘들고 짜증 나는 순간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함께 바닥에 누워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일본에서의 13평 다다미방에서 생활했던 추억, 그리고 이곳 인도에서 전기가 끊긴 웃픈 상황.


다시는 이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과 답답하고 불편한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버라이어티 한 인도 생활 또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모르지만 부디 다시는 전기 끊기는 일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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