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의 눈물의 졸업식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그 누구의 인생도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일본학교에서 그것도 인도에서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으니까.
아이는 졸업식 며칠 전부터 많이 설레어했고 행복해하며 졸업식을 기다렸다. 아이의 졸업식을 직접 보면서 왜 아이가 그토록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졸업식과는 사뭇 다른 졸업식! 선생님들의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소박하지만 위엄 있게 치러진 졸업식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소수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일본국제학교에 한국인이 온 것은 처음이었고 그래서 더 긴장했었다. 존재만으로도 눈에 띄기에 그만큼 부담스러웠다. 더욱이 보호자라는 엄마가 일본어를 잘 못하기에 원활한 대화가 되지 않으니 학교참여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 치바에서는 부모들이랑 만날 일이 거의 없었고 또 한국인 선생님이 일주일에 2번 정도 학교에 오셔서 도와주셨기에 일본어를 못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인도는 아이들 픽업부터 은근히 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일이 많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없으니 모든 것이 쉽지 않았으며 선생님, 학부모들과 대화가 잘 안 통하다 보니 자꾸 작아지는 나를 보는 것도 힘들었고 답답했다.
아이의 졸업식을 보며 눈물이 났다. 만감이 교차하며 부모로서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도 혼자 당당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왔고 또 이렇게 졸업식에 멋진 발표를 해준 딸이 대견했고 고마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부끄러웠다. 아이들을 정해진 틀 속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 선택한 해외생활이었는데 어쩌면 틀 안에 갇혀 있었던 건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분명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내가 이토록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발표 마지막에 부모의 대한 감사함을 한국말로 전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힘들고 답답했던 부분의 갈증이 풀리는 듯했다. 아이는 다름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당당했다. 그래서 더 빛나 보였고 멋졌다.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틀을 깨야 하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닌 나였다. 늘 친정엄마가 나에게 이야기해 준 것이 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좀처럼 공부해도 늘지 않는 일본어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며 항상 모든 것에 노력하고 있는 나는 대단하다. 사실 요즘 자꾸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지고 초라해지는 나와 마주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는데 졸업식을 통해 다시 단단해졌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주문처럼 외쳐본다.
힘든 순간이 또 찾아오겠지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이었던 아이의 졸업식을 떠올리며 또 힘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