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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Aug 23.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38. 먹어치우기 프로젝트 2

우리 가족은 어머니댁에서 가져온 10kg의 감자를 먹어치우는 중이다. 거창하게 먹어치우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뭐든 잘 먹는 가족들이지만 같은 재료로 만드는 음식은 물리기 마련이다.

매번 새로운 음식을 한다는 건 쉬운 것은 아니다.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를 하려면 열심히 검색하고 재료들도 더 추가되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남편은 그까짓 거 대충 이리저리 해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  말처럼 뚝딱 요리가 되면 얼마나 좋겠냐고..

남편 더러 해보라고 하면 "내가 하면 니보다 잘하지~ 안 해서 그렇지."

왜 안 하는 거냐고 소리치고 싶다. 뭐든 입만 살아가지고 저 놈의 주둥이를 때려 주고 싶다.

그래도 내가 해주는 음식은 군소리 없이 잘 먹는 편이다. 우리 집에서 젤 까다로운 편인 작은 아이의 입맛에 통과되면 성공인 걸로 친다.


나는 칼칼한 음식을 좋아한다. 너무 맵고 향이 자극적인 음식은 선호하지 않은 편이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던데 아직 그 맛을 잘 모르겠다. 작은 아이도 같이 먹을 겸 1단계를 시켜 먹은 적이 있는데 느끼했고 함께 온 꿔바로우는 달아서 거의 먹지를 못 했다. 식당이 나랑 안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급식으로 마라탕이 나온다고 했다. 나쁘진 않은데 돈 주고 사 먹을 맛은 아니라고 했다.

마라탕 맛집을 찾아서 한 번 더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감자튀김에 김치감자전을 해 먹은 이 후로 감자볶음, 감자조림등을 해 먹으면서 감자의 양을 줄여갔다.

좀 질린다 싶으면 다른 음식을 해 먹었다. 며칠 감자에 손이 가지 않았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습기에 취약한 감자는 싹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이 적중했다. 몇 개의 감자에 촉이 나 있었다. 싹 난 감자는 독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빼서 버리기로 했다. 큰 거면 잘라내고 먹기라도 하겠는데 작은 알감자라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


기왕 감자 박스에 손을 댄 김에 감자를 한 바구니 꺼내 들었다.

무엇을 해 먹어야 하나? 냉장고를 뒤적거려 보다가 남편이 네덜란드에서 사 온 치즈덩어리가 보였다.

작은 거하나랑 조금 큰 거 하나를 사 왔었다. 작은 거는 색도 진하고 너무 짜서 계란 후란이 할 때 소금 대신 뿌려서 구웠다. 고소하고 짭짤하니 딱 이었다. 좀 큰 거는 풍미가 더 좋았다.

감자  위에 뿌려서 구우면 맛있을 것 같았다.  큰 감자들만 골라서 솔로 비벼 씻고 칼집을 내고 1차로 굽고 2차로 버터 발라서 굽고 3차로 치즈 올려 잠깐 구워 주었다. 파슬리랑 후추가 떨어졌다.

장어국에 넣어 먹으라고 엄마가 주신 계핏가루를 뿌려서 마무리했다. 남은 감자들은 껍질 벗겨 갈아서 감자전을 만들 준비를 했다. 이 것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다. 칼칼 하니 입맛을 딱 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냉동고에 꽃게와 봄에 소질해 넣어둔 죽순이 보였다. 그래 너로 정했다.

꽃게도 손질해서 넣어둔 상태라서 크게 손이 갈 것이 없다. 육수를 만드는 동안 감자를 더 가져왔다.

끓으는 육수에 된장을 풀고 덤성덤성 썰어 놓은 감자를 넣는다. 거품을 살짝 걷어내고 꽃게와 죽순, 다진 마늘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부족한 간을 더해주고 썰어 놓은 양파와 청양고추, 파를 넣고 마무리.

우리 남편 최애 음식 중 하나다. 꽃게 된장국~

잘 익은 감자를 밥에 쓱쓱 비비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글 쓰고 있는 지금도 군침이 돈다.)


마지막으로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감자전을 구워내면 완성이다. 모두들 손이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빈접시 만이 남았다. 후식으로 냉동 망고가 있어서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

그다음은 또 무얼 해 먹어야 할까? 이제 겨운 반 해치웠는데..

하기 쉬우면서 손이 덜 가고 맛있는 건 없겠지.. 휴


감자 샐러드, 감자 크로켓, 감자수프 또 뭐 있더라.. 맛있는 거 추천 좀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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