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TV에서 '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를 가끔 보곤 했다. 우리나에서는 밥 아저씨로 유명하다.
특히 "참 쉽죠?"라는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복슬복슬한 헤어 스타일에 수염.
물감을 묻혀서 슥슥 지나간 것 같은데 그림이완성되었다.따라만 한다면 금방 화가가 될 것 같은
마법처럼 말이다. 현실은 말해 뭐하겠는가..
그저 웃지요.
나는 여행하면서 찍는 사진들과 키우는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찍는 것은 좋아한다.
그래서 수많은 사진이 메모리에 들어 있다. 식물을 키우면서 기록 같은 사진들을 찍는 과정이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게시했다.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관심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구하고 싶다면서 나눔을 원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직접 찾아와서 구경하고 싶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지나친 관심은 무서웠다.
일랑일랑을 지인 찬스로 씨앗을 구해 심고 5년을 키웠는데 너무 많이 자라서 삽목을 해서 늘려 보려고 시도를 했었다. 삽목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실패를 많이 했다. 아직 꽃을 보지 못 했다. 향수의 원료로 많이 쓴다해서 생화의 향이 궁금하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다 보니 쪽지로 꼭 갖고 싶다는 사연을 구구절절 적어서 보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운 좋게 카카오 씨앗도 구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새로운 카페를 여는 사람이 카카오나무를 메인으로 하고 싶다고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쪽지를 집요하게 보내는 바람에 차단 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열대과일 사진게시했을 때는 더가관이었다.
어머니가 암인데 죽기 전에 파파야를 먹어 보고 싶어 한다는 둥. 온갖 병 핑계를 대면서 요구를 했다.
그렇게 시달리다 보니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
즐겁게 시작했던 취미 생활이 공포스럽게 느껴져서 블로그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몇 년이흘렀지만
비공개로 돌리지 않아서 지금도 가끔 쪽지가 오긴 한다.
나의 오랜 습관 같은 관찰 하듯 사진 찍기는 사진을 보는 재미가 있게 만든다. 아주 가끔 전시회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으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탈이다.
여유가 있을 때 그림 그리기에 도전을 해본다.
그동안 찍어 놓은 꽃 사진들을 열심히 스케치하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채색만 하지 않으면 봐줄 만하다. 그림을 배워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열심히 찾아서 수채화에 도전해 봤다.
물 조절이 너무 어렵다. 색의 명암과 그라데이션 볼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종이가 운다. 종이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종이라서 그런 건가. 싶어서 다이소에서 캘리그래피, 드로잉, 수채화라고 쓰인 종이를 샀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해봤다.
아.. 뭔데 드문드문 물이 스며든 쪽 안 든 쪽 표시가 점처럼 난다. 더 망한 기분이 든다.
포기하기는 싫은데 스케치만 할까.. 채색을 해야 더 예뻐 보인다.
붓이랑 물감이랑 팔레트도 다 샀는데 종이를 좀 더 비싼 걸 사야 하나. 아님 내 손이 문제인 건가..
책상 앞에 앉아서 망한 그림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나름 괜찮게 채색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원본을 보여 줄 수가 없다.
남편에게 그림이 어떤지 물어봤다." 내 취향은 아니야." 그래 당신은 T였지. 내가 뭘 바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큰 아이는 "나쁘지 않아요."
계속 도전하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뭔가를 완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