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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Jan 25. 2024

나에 대한 고찰

19. 봄을 위한 준비

 아직은 나의 취미이자 먹고 싶었던 열대과수를 키우는 것은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고추나무도 열대식물이다. 그래서 조금 더 이 취미를 시작하기 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애호박은 평균 온도가 16도 정도면 된다. 열대식물은 평균 20~25도 정도가 잘 자란다.

오이고추로 작물을 변경하고 나서부터 나의 취미는 더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었다.

나의 주요소득원 오이고추

여러 식물들과 주요 소득이 되는 식물을 같이 키운다는 건 모험이었다.

물을 많이 요구하는 식물들과 물을 적게 요구하는 식물 그리고 성장속도 영양분 공급, 식물마다 병충해

상황이 다 달랐다.

언제까지 취미 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남편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주요 소득원인 오이고추에 지장이 생기면 그 긴장감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남편도 식물을 좋아했기에

최대한 많이 참아 주는 것 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식물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커피 한잔을 들고 정원을 걷듯이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기도 하고 내가 보지 못 한 것 들을 전해 주기도 한다.

6년의 시간이 가져온 변화 일 것이다. 씨앗으로 시작할 때는 많이 시큰둥해 보였다.

자라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열매를 따 먹을 걸라는 기대감조차도 없었던 것 같다. 꽃봉오리가 생기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면서 보는 눈도 달라진 것 같다. 맛을 보았을 때는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씨앗으로 키운 애정의 바오밥

예전에는 나무에 이름도 달아 놓고 설명을 많이 해주곤 했었는데 하우스를 이전해 오면서 나무의 이름을 다 떼어 버렸다. 나무의 잎 특징 등을 아는 나에게는 필요 없기도 하고 이름을 달아 놓았더니 사람들이 자꾸 나무에 눈 길을 보내고 탐을 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름만 알면 검색하면 열매까지 다 나온다. 맛있는지 없는 지도.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하우스 투명한 비닐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을 보고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는 꽃나무 심어 놓았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이상 한 눈으로 보기는 하지만 더는 묻지 않아서 좋다.


겨울 동안에도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 같다.

하우스 안을 걷다 보면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항상 여름에만 살고 있는 나다.


너무 많이 자라서 하우스를 뚫고 나가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했다.

허리에 두른 가방에 톱하나 전동가위 하나, 수동 전지가위 하나를 챙기면 준비 끝.

전동 가위의 무서움을 알아 버렸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했야 한다. 작년에 가지치기를 하다가 손가락을 자르는 사고가 있었다.


나무를 이전해 오면서 빨리 땅에 심어줘야 했다. 너무 피곤해서 다음 날 하자고 남편에게 말을 했었다.

오늘은 왠지 예감도 좋지 않다고 말을 했지만 시간이 없다고 했다. 심고 불필요한 가지를 자르다가 오른손 약지를 뼈보이기 직전까지 날려 버렸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손을 꼭 쥐었다. 남편은 놀라고 수건을 가져와 감싸서 응급실에 갔었다. 날려 버린 살점은 찾지도 못했다. 손독을 대충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행히 뼈는 괜찮았고 마취하고 손톱을 뚫어 세 바늘을 꿰매었다. 마취가 젤 아팠다.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도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하다. 다행히 손가락 길이는 줄어들지 않았다.

흉터와 내 손가락 같지 않은 느낌만 남았다.


씩씩한 발걸음 적진을 향해가는 듯 비장하다.

가위집에서 꺼낸 전동 가위를 들고 불필요한 가지와 혼자서 쑥자라 버린 도장지와 겹치는 가지를 자라줬다.

너무 커버린 가지를 반이나 쳐냈다. 굵은 가지는 톱으로 썰어 주고  잔가지들도 정리하고 나니 손가락이 저려

온다.  전지가위는 베테리가 들어 있어 내가 들기는 약간 무겁다.

수동 전지가위로 감당하기엔 팔이 너무 아파서 산 전동 가위는 아직도 무섭기만 하다.

편리함 뒤에 오는 공포감. 늘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꽉 찼던 숲은 어느새 헐빈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따뜻한 봄에 파릇파릇 돋아 나는 새싹과 함께 꽃도 물고

나오면 좋겠다.

가지를 잘랐으니 파쇄기로 쏵~


많이 잘란 파인애플도 변화를 시작했다. 곧 예쁜 꽃과 열매도 보여 줄 것이다.

봄은 언제나 설렘을 주는 단어인 거 같다.

슈가애플(석가)
딸기구아바/자보티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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