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른아침 Feb 27. 2024

먼저 맞이한 봄

예나 지금이나 우리 곁에 있는 조팝나무

3월이 곧이다. 최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얼음이 얼 틈을 주지 않고 영상으로 올라온다. 밖에 나갈 때도 얇은 옷에 손길이 가곤 한다. 목도리와 장갑을 벗은 지도 오래다. 나무의 겨울눈(冬芽)도 많이 부풀어 올라서 제법 통통해졌다.

      

조팝나무는 누구보다 먼저 겨울눈을 감싸고 있던 겉껍질 눈비늘(芽鱗)을 벗는 참이다. 겨우내 추위로부터, 습기나 바람 같은 날씨 변화로부터, 알 수 없는 병충해로부터 겨울눈을 보호하고 있던 눈비늘이 제 역할을 기어이 마무리하고 있다.

      

여기는 아파트단지 정원이라 들이나 산보다 따뜻하여 먼저 봄을 맞는다. 조팝나무도 자생하는 산어귀보다 먼저 새싹을 틔운다. 며칠 전부터 조팝나무는 눈비늘 틈 사이로 초록빛을 보이고 있었다. 틈은 하루하루 점점 벌어져 작은 꽃받침잎이 열리 안쪽에는 더 작은 꽃망울이 붉다. 아직은 부끄러워 붉다.

     

더디더라도 기다리면 꽃도 피고 새 가지를 길게 내며 차례로 잎도 무성하게  것이다. 꽃은 4~5송이가 우산살을 펼친 모양으로 피고 이런 우산살이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 마치 하얀 꽃방망이처럼 보인다.

      

조팝나무는 줄기가 집단으로 모여 다발을 이루는 습성이 있고 꽃이 가지 끝부분에서 모여 피므로 수많은 꽃방망이가 그득한데 멀리서 보면 나무 한 그루가 그대로 커다란 꽃다발 같기도 하다. 이런 모습이 아름다워 최근에는 울타리나 정원에 무리 지어 심는다.

     

꽃 생김새 조(좁쌀)를 튀긴 모양 같아 조밥나무라 부르던 이름이 조팝으로 변형되어 정식이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밥과 연관된 나무 이름으로 이팝나무와 박태기나무가 있다. 이팝나무는 쌀밥의 다른 말인 이밥이 변형되었는데 조팝나무보다 이팝나무꽃이 더 풍성하고 화려하니 쌀밥으로 보였겠다. 박태기나무는 밥알의 사투리인 밥티기(밥태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꽃이 활짝 피기 직전 꽃망울이 길쭉 통통하여 어김없이 밥알처럼 보인다.

     

이들 꽃이 피는 봄에 식량이 궁핍한 보릿고개가 높던 시절에는 꽃을 보며 배고픔을 달랬을 것이다. 지금은 이 꽃들을 보며 끼니 걱정이 아닌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정원수로 많이 심으니 시절에 따라 꽃을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조팝나무꽃을 싸리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싸리나무는 따로 있다. 싸리나무처럼 조팝나무도 가지가 많은 데다 가늘고 길어서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해서 그렇게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또 조팝나무꽃이 피면 농사를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토끼전에서 자라가 토끼를 잡으러 육지로 나와 광경을 말하는 대목에 조팝나무가 나온다.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고 하직하고 강남에서 나오는 제비는 왔노라고 현신(現身)하고 조팝나무에 비쭉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이오 …… 비둘기 국국 슬피 우니 아니 경(景) 일소냐.” 때는 마침 봄날이었다.

      

이래저래 조팝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고 생활과도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향기도 은은하게 퍼지니 옆을 지날 때면 코를 가까이 대보는 것도 좋겠다. 코를 킁킁거리기에 앞서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다. 꽃은 작아도 무리를 이루고 꽃꿀도 제법이라 벌들이 많이 모여드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잘못하다 큰코다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기다리는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