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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Jul 01. 2024

여름, 더워도 좋아

쇠비름은 더워도 건조해도 끄떡없어

텃밭 가꾸기는 작물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잡초를 뽑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6월을 넘어 7월에 접어들어 기온이 오르고 장마철로 습도가 높아지면 잡초는 작물보다 성장이 더 왕성해진다. 잠깐이라도 게으름 피워 제초할 시기를 놓치면 잡초로 인해 경작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올 수 있다.

    

지금 내 텃밭에서 자라는 잡초는 많은데 이름을 아는 풀은 쇠비름, 명아주, 여뀌, 괭이밥, 한련초, 바랭이, 강아지풀, 방동사니 정도이다. 해 년마다 나와 생존 씨름을 하는 녀석들이다. 새싹이 돋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비닐 멀칭이 가장 효과적이나, 작물에 따라 덮을 수 없는 경우에는 싹이 막 올라올 때 호미로 긁거나 물을 준 다음 흙이 부드러워졌을 때 살짝 뽑으면 된다. 그러나 그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조금 더 자랐다면 생장점을 제거하면 되는데, 잡초에 따라 대처가 다르다. 생장점은 새로운 가지나 잎과 뿌리를 두드러지게 성장시키는 부분이다.

 

쇠비름, 명아주 같은 쌍떡잎식물은 생장점이 줄기나 가지 끝에 있으니 줄기를 최대한 짧게 자르는 것만으로도 제초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바랭이와 강아지풀처럼 외떡잎식물은 생장점이 뿌리와 만나는 맨 아래 마디 사이에 있으므로 줄기를 잘라도 다시 자라므로 힘들더라도 뿌리째 뽑아야 한다.

    

쇠비름은 줄기와 잎 전체가 퉁퉁한 다육질이다. 줄기를 꺾거나 뿌리째 뽑아도 잘 시들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 꺾어서 버리면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번식한다. 잘린 조각을 흩어 버리면 더 퍼지기도 한다. 그러니 뿌리째 뽑아 흙을 털어내고 뿌리가 하늘을 향하게 하여 멀칭비닐 위에 놓으면 된다. 쇠비름은 땅 위를 기듯이 비스듬히 퍼져 자라 키가 크지 않으므로 작물과 햇볕 경쟁은 덜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쇠비름이 갖는 이런 특별한 재생력과 번식력은 다육식물의 특성이다. 쇠비름은 고온 건조한 조건에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고 햇볕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늘에서도 기죽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력까지 뛰어나다.

    

꽃은 가지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노란색 꽃이 핀다. 꽃잎은 5개이고 달걀을 거꾸로 세워둔 모양(倒卵形 도란형)이며 끝이 오목하게 파였다. 다른 꽃에 비해 다소 깊게 파인 오목한 형상이 매력적이다. 낮에만 꽃잎이 벌어지고 밤에는 닫는다. 하늘의 별과 달리 낮에 노란 별이 뜨고 밤에 지는 셈이다. 꽃 중앙부에 수술 7~12개와 암술 5개가 자리한다. 수술을 살짝 건드리면 자극을 받은 방향으로 수술이 기울어진다는 기록(<풀들의 전략> 83쪽)이 있어 장난치듯 따라 해 보니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런 반응은 곤충이 찾아와서 자극을 주면 꽃가루를 묻히려는 의도라고 한다.

     

꽃은 6월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고 지므로 개화기간이 상당하다. 꽃이 지고 달걀 모양의 주머니처럼 생긴 열매가 열리고 익으면 주머니가 열리듯 가로로 갈라지면서 광택 있는 까만 씨가 나온다.

     

쇠비름은 여러 이름에 어원도 가지가지다. 맛이 비려 ‘비름’이고 개체가 작아 ‘쇠’라는 접두어를 붙여 쇠비름이라 한다는 말이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럴듯하다. 각 부위의 색깔이 각기 다른데 초록 잎, 붉은 줄기, 노란 꽃, 검은 씨앗, 흰 뿌리로 다섯 가지 색이기 때문에 오행의 의미를 담아 오행초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잎이 말 이빨을 닮아 마치현(馬齒莧)이다.

      

쇠비름을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장명채(長命菜)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설탕에 재어 발효액을 만들기도 하고 봄철에 연한 시기에는 데쳐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잡초로 취급받으며 귀찮은 존재이면서도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많다고 밝혀지면서 재배도 하고 건강보조제로도 약제로도 이용된다니 두고 볼 일이다.


<쇠비름 노란 꽃, 검은 씨, 흰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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