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나를 너무 모른다.
42살, 60세를 고민하고 있는 너에게.
삶에 대한 미련 없다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두려운가 보다.
아무것도 안 한 적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하게 될까 봐 겁이 나서 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나 보다.
지난 4개월 반동안 몸담았던 선거캠프에서는 나름 일을 잘한다고 인정은 받았지만 그것일 뿐 나 자신에게는 묘한 욕심이 하나 떠올랐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권위에 의해 권위를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다.
함께 일하는 내내 그들의 권위가 참 대단해 보였고 멋져 보였다.
물론 나보다 나이는 많으셨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 전에 얼마나 애쓰고 노력하셨는지 알 것 같아서 존경스러움과 부러움이 함께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어떤 권위가 있는가.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보다 나는 이 나이가 되기까지 무엇을 남겨두었는가에 대한 회한이 느껴졌다.
60세까지 남은 시간은 약 18년. 그렇다면 18년 동안 무언가를 연구한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학습한다면 박사? 교수? 뭐 이런 타이틀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있으면 좋을까? 만족스러울까? 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어차피 할 거면 밥벌이에도 도움이 되는 분야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42살인 지금 아직도 나는 나를 모른다.
다만 애써서 성취하는 기쁨만 안다.
그것이 문제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잘하는 건 딱히 없는 것 같다.
전문가스러운 분야는 없다.
부족할 따름이라 그저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써먹는 것이 전부다.
고민은 나누라 해서 함께 스터디를 했던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동갑내기 동성의 사람도 있었다.
그것 자체로 위로는 되었지만 해결책은 되어주지 못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예를 들어주며 뭐든 도전해 보라고 응원해 줬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나는 지금 보험설계사로서 생업을 위해 일을 하고 있고 다음 주면 강사 되기 프로젝트라는 2개월짜리 스터디를 시작한다.
그동안 글쓰기, 브랜딩 하기, 스피치에 챗지피티까지 닥치는 대로 배웠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무엇으로 증명될지 솔직히 모른다. 알 수 없다.
다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고 하고 있으면 그때 빛을 보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다.
책을 꾸준하게 읽고 싶어서 독서모임도 시작했다.
아파트에 있는 독서모임은 내가 주도해 볼까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그냥 닥치는 대로 나의 에너지만 허락해 준다면 도전해 볼 작정이다.
뭐가 됐든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노력을 인정받을 만한 타이틀,
내가 배운 것들을 나누는 직업이다.
그게 무엇인지 더 고민해 보고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