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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그램 Feb 28. 2024

이상한 여자.

나도 이상한 여자가 되는,

나는 이어폰을 자주 낀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타인의 정보가 싫다. 흘려보내면 될 일이기도 한데(보통은 그러하다.) 쓸데없는 기억력은 그 정보를 가두어놓을 때가 종종 있다.


한편으로는 N의 성향을 가진 나에게 세상의 정보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나름의 논리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근거를 찾아 인과 관계를 추측하여 보기도 하는 성격이기에 그런 무의미한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늘의 이야기는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 여자는 친절하다. 친절하고 잘 베푼다. 소위 말하는 좋은 사람이다.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꺼림칙함이 있다. 이 꺼림칙함에는 이유가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흘러들어오는 그녀의 일상 중 하나는 바로 그녀의 통화다. 그녀는 항상 바빠서 이어폰을 상시 끼고 다니는데 전화통화를 가끔씩 본의 아니게 듣게 된다. 일얘기, 돈얘기, 자녀얘기, 부모얘기, 친구얘기. 주제는 흔하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맥락은 항상 누군가를 돌려 까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A라는 사람은 여유 있고 잘 산다. 그러면 뭐 하냐 남편이 그 모양인데. 그래도 그런 팔자라면 그거라도 감수해야지. 나는 걔팔자 부럽더라. 걔가 상팔자더라.

B의 아이랑 우리 아이랑 같은 고등학교 갔어. 응. 잘 됐지. 같은 학교에 아는 애 있으니까 잘 된 거지. 응. 맞아. 그런데 야, 그렇게 좋은 학원을 몇 개씩 보내도 아무 소용없더라. 우리 애랑 같은 학교 가는 거 보면. 우리 애가 걔 애처럼 학원 갔으면 인서울이다 야.


내가 들으려고 들은 게 아니라 들려서 들은 건데 내용이 나한테는 충격적이어서 이렇게 기억을 하고 말았다.

이 외에도 고객을 험담하는 전화,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다른 지인을 험담하는 모습들을 수십 차례 목도를 하면서 나는 이 사람의 친절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이 사람의 친절은 진짜라 할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도 이렇게 험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물론 그 불신은 확인된 바도 있으니 근거 없는 믿음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나에게 친절하다. 나 또한 그녀에게 친절하다. 그녀는 참 이상한 여자이고 그런 그녀 앞에서는 나 또한 이상한 여자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나는 그냥 속상한 일이 생긴다면 대나무숲에 글을 쓰고 말지 누군가에게 육성으로 소비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비슷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저 여자에게 너의 고민을 더 이상 얘기 하지 말라고 했을 때 무슨 얘긴가 했었는데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해가 다. 어떤 사람은 그 여자가 전 직장에서 자신을 따돌린 무리의 한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가끔 서로 다름으로 오해가 쌓일 때도 있지만 그 두 사람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여러모로 참말로 이상한 여자임은 확실하다.


그냥 문득 그 이상한 여자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그런 심리 상태가 참 궁금하기도 하다. 열등감일까? 나도 열등감 참 많은 사람인데...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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