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해가 안 가서 가계부를 적기 시작했다.
‘아까 마트 주유소는 갤런당 $2.97이었는데, 여긴 $2.99네'
텍사스는 기름값이 싸다.
하지만 더 저렴한 주유소가 근처에 있는데
똥 나올 만큼 급한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주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3초의 고민. 그리고 지나친다.
‘유료 도로로 갈까, 아니면 돌아서 무료 도로로 갈까’
휴스턴은 발에 치이는 게 유료 도로다.
오늘도 어김없이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유료 도로로 가면 90센트를 내야 한다.
대신 4분 정도가 더 빠르고, 뚫린 스트레스가 덜하다.
무료 도로로 가면 90센트를 아낄 수 있다.
고작 4분 차이다. 하지만 피곤할 때면 이 길은 꽤 스트레스가 된다.
5초의 고민. 무료 도로로 방향을 튼다.
마트다.
덩어리 큰 돼지고기를 집어든다.
뼈가 있어 발라내려면 조금 귀찮긴 하지만
기름과 살코기가 적당히 섞여 있는 큰 덩어리가 고작 20달러다.
0초의 고민도 없이 집어든다.
부위별로는 잘 사지 않는다. 비싸니까.
기름과 층을 이루는 부분은 삼겹살로 구워 먹고,
나머지는 잘 잘라서 고추장 양념을 입혀 볶아먹는다.
5인가족, 3끼는 먹을 양이다.
미국살이 8년간 머리 파마는 두 번 해봤나?
네일숍엔 가본 일도 없고,
내 옷 산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도로에서, 마트에서, 어디를 가도
매일 조금씩 아끼려고 노력한다.
근데 우리 집은 대체 어디에 돈을 쓰길래
이번 달에도 만 불이나 쓴 걸까?
미국에서 한 달에 1,000만 원 벌어도 거지라는 누군가의 유튜브를 봤다.
공감한다.
우리 집은 천만 원 아니라 1,300만 원을 쓴 셈이다.
그래서, 대체 어디에 돈을 쓴 거냐고!
가끔은 허무해집니다.
티끌을 모으고 모아서 한주먹 예쁘게 만들었더니,
느닷없이 생긴 구멍에 한 바가지 모래가 빠져나가곤 하니까요.
스레드에 식비에 대한 짧은 글을 올렸어요.
외식비를 포함하여 5인가족 매달 식비로 $1,500불이면 어떠냐는 질문이었죠.
많은 분들이 말이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맞아요. 저희 가족은 식비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활비가 적게 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간 어디에 숨은 구멍들이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메워보려고 전 뭘 하고 있는지,
숨만 쉬어도 돈이 '많이' 든다는 미국살이,
날것 그대로 돈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